메리? 크리스마스
어느새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시내에 도착하니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다.
한산하면 나야 좋지만 이해가 잘 안된다.
눈이 오면 더 즐거운 거 아냐?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
아까 라디오에서도 들었던 그 노래다.
노래를 따라부르며 아트박스에 도착.
여기도 머라이어 캐리다.
편지지 코너에서 팝업카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좌우로 펼치니, 루돌프의 귀여운 엉덩이가 뽀짝 튀어 나왔다.
‘뭐 이정도면 되겠지?’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몇 글자 적어 넣었다.
남은 빈 공간이 문제다.
펜을 잡고 있는 오른손을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
‘이걸 써? 말아?’
펜으로 머리를 긁었다.
비듬이 몇 개 떨어져, 입으로 후 불고 다시.
물 한 모금 벌컥 들이켜고,
목과 손가락을 소리 내어 풀었다.
오른손에 모닝글로리 0.3mm.
에라 모르겠다.
일단 보내고 보자.
“PS.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는데.
그건 바로 네 사진. 하하하.”
크리스마스니까 뭐.
이만한 핑계거리가 어딨겠어?
크리스마스 씰을 붙이는 손이 살짝 떨린다.
침대에 누워 엘리샤의 첫 번째 편지를 천천히 꺼냈다.
눈을 감고 오늘은 청순한 얼굴로 상상해본다.
어제의 귀여운 얼굴보다 이게 더 좋다.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오 주여. 부디 제 기도를 들어 주시옵소서. 아멘.”
크리스마스 시즌이니까, 오늘은 하나님에게만.
닷새가 흘렀다.
엉덩이가 얼얼하다.
어제 내렸던 눈이 아직도 안 녹아서,
오르막길에서 세 번이나 넘어졌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 신발에 묻은 눈을 터는데,
우편함에 무언가 보인다?!
편지의 두께를 먼저 확인해본다.
‘뭔가 다르다!’
계단을 뛰어 오르며,
입김을 불어 넣고 다시 만져봤다.
숨을 헐떡이며 커터칼을 찾았다.
예쁜 원앙 한 쌍의 크리스마스 씰.
손이 떨리는 바람에 원앙을 자를 뻔했다.
‘진정해!’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심호흡.
다시 시도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
장미꽃 사이 사진 한 장.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