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이 없어
어딘지 모를 계곡.
싱그러운 나무, 높은 산봉우리.
몽글몽글 바위틈 사이 맑은 물.
너른 바위 위의 소녀.
긴 생머리. 하얀 피부.
투명한 눈동자 아래 높은 콧날.
청재킷과 하얀색 블라우스.
꽃무늬 스커트.
안경닦이를 꺼내, 사진에 묻은 지문을 닦아냈다.
다시 보니 더 예쁘다.
“내 사진 다른 사람한테는 보여주지마. 창피하니까…”
당장 짝꿍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편지를 다 읽고 연습장을 꺼냈다.
‘완전 내 이상형이라고 말할까?’
펜 끝을 잘근 잘근 씹었다.
엘리샤의 사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심장아 힘들지?
우리 잠깐 쉬고 하자.
그나저나 이게 문제다.
“글구 노아. 니 사진도 보내! 나만 당할 순 없지!”
내 사진.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거실에 있는 앨범을 꺼냈다.
제발 하나만 걸려라.
국민학교 소풍, 가족 여행.
사진도 적은데,
독사진만 고르다보니 몇 장 안된다.
지난 소풍 때 찍은 사진이다.
불국사 석가탑 앞에 걸터앉아 있는 나.
짝꿍의 작품.
검은색 정장 바지에 검은색 구두.
주황색 남방과 캡 모자.
어디, 심사를 해보자.
앉아 있으니 키를 가늠하기 어렵다.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하얀 피부가 도드라져 보인다.
근데 패션이,
‘에휴.’
그 사진을 편지 봉투에 담고, 펜을 들었다.
“최근에 찍은 사진이 이것뿐이라서…
이상하지만 일단 보내줄게.
못생겼다고 놀리지마라. 히히~
아 그리고 사진 정말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편지는 이렇게 마무리.
침대에 누워 지갑 속 엘리샤의 사진을 꺼냈다.
서서히 사진에 입맞춤을…
아무래도 잠자긴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