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다
연습장을 펼치고 달력을 폈다.
볼펜을 돌리며 머리를 굴린다.
평일은 변수가 많으니까 제외.
“거실에서 전화를 받으려면.
집에 아무도 없는 주말.
토요일은 미용실.
일요일 밖에 없겠는데?”
‘막내누나만 어떻게 되면 딱인데…’
볼펜으로 머리를 긁적이다,
생각했던대로 적기 시작했다.
“12월 25일 일요일 오후 1시에 전화해줘.
그때 내가 받을게.”
연습장에는 크리스마스에 전화해줘 라고 쓰여 있지만,
편지지에 옮겨 적을 때는 12월 25일로 바꿨다.
왠지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안 될 것 같다.
“PS. 혹시 25일이 지나서 편지를 받게 되면,
그 다음 일요일 오후 1시에 전화줘. 기다릴게~”
답장은 빠르게 보냈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과연 내가 ‘여자’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거울 앞에 섰다.
“아. 아. 안녕하세요. 안녕? 반가워.”
조금 더 친밀하게 해야하나?
“나야 노아. 네가 엘리샤니?”
아니… 이거 말고…
드디어 약속의 날.
일찍 일어나 아침뉴스를 틀었다.
엄마, 아빠는 내게 만 원을 건네주시며,
“메리크리스마스~”
둘째 누나는 오천 원을 건네주며,
“메리크리스마스~”
막내누나는 세수도 안한 채,
“메리크리스마스~”
망했다.
TV를 켜자 ‘나 홀로 집에’가 나오고 있다.
혼자 있는 캐빈이 부럽다.
두 손을 모아 북쪽을 바라보았다.
‘오늘 할 거야? 다음주에 하면 안될까?’
되지도 않을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는 나.
점심 먹을 시간, 막내누나가 말을 걸어왔다.
“점심 뭐? 자장면 시켜줄까?”
“아니 그냥 라면 먹을게. 신경 쓰지마.”
“그럼 2개 끓여. 나도 먹게~”
설거지를 하는 누나를 바라보며,
주머니에 있는 지폐를 만지작 거렸다.
‘이거 주면서 어디 놀다 오라고 하면…’
“저기…”
“나 불렀어?”
“내가? 아닌데. TV소리인가?”
내가 미쳤지.
시계를 보니, 12시 58분이다.
TV 볼륨을 한 칸 올렸다.
‘한 칸 만 더?’
조심히 리모컨을 들었다.
TV 소리를 뚫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
“삐리리리~”
벨소리가 끝나기 전에 재빨리 받았다.
“안녕하세요. 거기 노아네 집이죠?”
수화기 너머 긴장한 듯 떨리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네. 맞아요.”
내 목소리도 떨고 있다.
누나가 방문을 열고 입만 뻐끔 대며, 내 전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나를 가리켰다.
누나는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막내누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