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D
“어…”
마른침 삼키는 소리.
“저 노아 친구 엘리샤라고 하는데요.
혹시 노아 있나요?”
“어… 전데요.”
“어? 응? 너였어? 뭐야. 놀랬잖아.
난 너네 아빠인 줄 알고 쫄았네.
너 목소리 되게 근사하다? 히히.
뭐 하고 있었어?”
엘리샤의 목소리 톤이 밝아졌다.
“그냥… 너는? 집?”
“아니, 집에 부모님 계셔서 집 앞 공중전화야.”
“안추워?”
“에이 이 정도야 거뜬하지. 반갑다.
목소리 들으니까 너무 신기해.”
“응. 나도.”
“우선은 메리크리스마스!”
“어…어. 메리크리스마스~”
“아 맞다. 너 생일은 언제야?”
“2월 16일.”
“양력? 그럼 물병자리네? 곧 있으면 너 생일이네?”
“응.”
“혈액형은?”
“AB형.”
“똘아이 아니면 천재라는 AB형? 대박.”
“그런가?”
“너 똘아이는 아닌 것 같고 천재도 아닌 것 같은데 흠…”
“그… 천재인데 똘아이…”
“아 뭐래~ 아 참, 형제는? 너 누나 있지 않아?”
“누나만 셋.”
“와. 귀한 아들이네. 어려서 이쁨 많이 받았겠다.”
“그랬나…”
“아 그때 네가 말해준 영화 말야. 나 그거 봤어.
혼자 보면 무서울 것 같아서 못보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가 집에 놀러 왔거든.”
“아.”
“그때 같이 봤는데도 무섭더라. 넌 안무서웠어?”
“그…”
“그 여자주인공한테 막 칼 들고 쫓아갈때 완전 무섭던데?
친구랑 이불 뒤집어 쓰고 소리 지르고 난리났었어.”
“아.”
“근데 마지막에 왜 그렇게 끝난거야?”
“그..음.”
“나는 그 살인마가 죽었다고 생각했거든?
넌 어때? 근데 내 친구는 아니라는거야.”
소매로 이마에 땀을 닦으며 입술만 움찔 움찔.
끼어들 타이밍을 모르겠다.
“어, 나 카드에 돈이 없네. 이제 끊어야겠다.”
‘삐, 삐, 삐’ 하는 경고음이 함께 들린다.
“아. 그래~”
“만나서 반가웠어. 안녕~”
“안녕.”
딸깍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뚜-뚜-뚜-”
나는 그대로 멈췄다.
“누구랑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하냐?”
부엌에서 물을 마시며 묻는, 막내누나.
누나에게 손바닥을 내밀고,
뚜뚜뚜 비프음에게
“어 알았어.”
라고 말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 그냥 친구. 이따 만나기로 했는데 빨리 오라네.
이제 나가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에 기대어 머리를 쓸어 올렸다.
‘일단 튀자!’
대충 옷을 걸쳐 입고 빠르게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찬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옷깃을 여미며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벤치 앞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
‘아 맞다! 나…
여자랑 처음으로 통화했어!’
이어폰 너머로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하고 싶다는 말은…
메리크리스마스인가?’
다른건 몰라도, 목소리가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