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하트와 빨간색 하트>

위로 가야지

by NoA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믹스 커피 한 잔을 들고

다시 방에 들어와 방문을 잠궜다.


두 번째 서랍에서 어제 받은 편지를 꺼냈다.



연습장을 꺼내 들고 펜을 돌리는데,

아무리 시간이 가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도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애 지침서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하트는 사랑의 감정을 뜻하고,

연인들끼리 주고 받는 사랑의 증표라고.



‘뭐, 이건 나도 아는 사실이긴 하다.’


엘리샤의 편지에는 빨간색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이 빨간색의 하트는,

‘정렬적이고 진실한 사랑의 하트’라고 한다.


혹시…


엘리샤가 나를 좋아하는거 아냐?


으아아아.

머리가 터질 것 같다.


그게 왜 거기 있어가지고!



찬물을 한잔 들이켰다.


잠시 진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랑이라고 믿고 싶지만, 아닐수도 있잖아?


잠깐… 너무 앞서가지말자.

그래, 우선은 못본거다.


신경이 쓰이지만 신경쓰지말자.


나는 하트는 모르는 척, 신경쓰지 않은 척

답장을 마무리 했다.




무거운 눈꺼풀.

대충 세수를 하고,

식탁에 차려진 아침밥을 먹었다.


따뜻한 바지와 오리털 파카,

모자를 눌러쓰고 집을 나선다.



MH초등학교 정문 앞, 빨간집.


2개의 편지를 집어 넣고 오락실로 향했다.



오락을 하고는 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그런 와중에도 한 번도 죽지 않고 보스까지 왔다.


“아니. 이거 왜 이래!”

보스를 만나러 가기 전 미로.

정답은 위로 가는 건데,

캐릭터는 아래로 가고 있다.

나는 분명히 위로 방향키를 줬는데 말이다.


‘하… 오늘은 실패인가…’


주머니 속 동전을 꺼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지금 시간이 많다.




방학은 지루하다.


학원을 다녀오고 나면 할 일이 없다.

밀려 있던 만화책도 이미 다 읽었고,


‘원더보이 몬스터랜드’는

한 번도 죽지 않고 깨버렸다.


엘리샤의 편지를 기다리는 것.

편지에 답장을 하는 것.


이것만이 유일한 낙이다.




나는 지금 어제 도착한 엘리샤의 편지를

4번째 읽고 있다.



“PS. 언제 전화 하면 되는지 알려줘.

그럼, 안뇽~♡”



여기, 이거. 하트. 또 빨간색이다.


뭐냐고요 도대체?


15화.png


내가 하트에 반응을 안해서 그러나?


그래. 나도 한번 써보자!



“방학 잘 보내. 아 그리고 1월 15일, 일요일 1시 어때?

그때 전화하면 될 것 같아. 기다릴게~♡”



연습장에는 빨간색으로 그렸지만,

편지지에는 초록색으로 그렸다.


책에 의하면, 초록색은 우정의 하트라는 의미라고 했으니까.


그래, 전화로 물어보자.


두번이나 빨간색 하트를 보냈다는건,

엘리샤가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잖아?



엘리샤의 사진을 집어든 채 침대에 누웠다.

굿나잇 뽀뽀를 하려다가 멈추고

어제 도착한 편지를 다시 꺼냈다.


라일락이 그려져 있는 편지지.



꽃 향기가 희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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