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이야기
드디어 일요일이 왔다.
오늘은 반드시 확인을 해보겠다 다짐하며,
내 방에서 엘리샤 사진을 보고 있다.
“야 노아. 전화 좀 받어.”
거실의 막내누나 목소리.
시계를 보니 아직 오전 11시다.
지가 받으면 되지, 굳이 나를 불러?
“아 쫌. 귀찮게.”
“아 시끄러. 얼릉!”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는데,
뻘쭘하게 내 전화네?
누나의 눈치를 보며 전화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일 아침 10시에 만나자는 짝꿍의 전화.
여친과의 100일을 기념해서 선물을 사야 하는데,
도움을 요청했다.
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나 말고는 같이 가줄 사람이 없다.
점심을 먹고 나니 1시 5분 전.
난 방 문을 반쯤 열어둔 채, 만화책을 펼쳤다.
둘째누나가 연애를 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 덕에 우리 집에 무선전화기가 생겼으니까.
1시를 알리는 시보와 함께,
“띠리리 띠리리링~” 우렁찬 벨소리가 들렸다.
소파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도 함께다.
잽싸게 달려가 전화기를 들었다.
전화를 받으려던 막내누나는 다시 소파로.
조용히 방문을 닫고 손잡이의 배꼽을 누르며,
“네. 여보세요.” 라고 말했다.
“노아 안녕. 나야.”
엘리샤다.
“응. 밥은 먹었어?”
“당연하지. 안그래도 방금 친구랑 같이 분식집에서
떡볶이랑 김밥이랑 먹고 오는 길이야.
아, 근데 너네는 순대에 당면이 들어가 있다며?
진짜야? 그리고 뭐 초장에 찍어 먹는다며? 맞아?”
오늘도 시작된 엘리샤의 질문 세례에,
나는 하나 하나 차분하게 답을 해주었다.
“교회 학생반 수업 끝나고 만나기로 했거든.
그때 친구가 오빠한테 고백할 거래.
안그래도 옆칸에 있는데, 완전 긴장 상태.
니가 볼땐 어때? 잘 될 것 같아?”
편지로도 익히 들었던, 엘리샤 친구의 연애 이야기다.
“응. 진심으로 이야기 하면 잘 되지 않을까?”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어.
근데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갑자기 고백하는 거,
좀 웃기지 않아?”
“그… 너는?”
“나? 나 뭐?”
“아니.. 내 말은… 너는 친구가 잘 되길 바라는거야?”
“응. 그 오빠 착하고 잘생겼고. 친구랑 잘 어울릴거 같긴해.
잘 안되도 상관 없는데, 친구가 상처 받는건 싫어.”
“그… 어…”
“왜? 뭔데? 너 뭐 할말 있지?”
“어… 아니야.”
“아 뭔데? 말해봐.
너 그거 할말 있을 때만 나오는 버릇인거 다 아는데?”
“혹시, 너 지금 사… 아니, 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아니. 없지. 너도 알잖아.
나 예고 실기 준비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그럴 시간에 그림 한 장이라도 더 그려야지.
난, 대학생이 되면 연애 엄청 열심히 할거야. 히히.”
“너… 인기 많지 않아?”
“나? 내가 그래보여?
움~전혀.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어 그런거.”
“어… 근데, 그거 있잖아… 왜…”
“(아 알았어) 노아야 미안. 나 친구랑 교회 가야해.
뒷 이야기는 내가 편지로 알려줄게, 알았지?
그럼 끊는다. 안뇨옹.”
“응.”
전화를 끊고 의자에 앉으니,
엘리샤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 하다.
“아니. 없지. 너도 알잖아.”
책장에 꽂혀 있는 연애 지침서를 째려봤다.
엘리샤의 사진도 째려봤다.
그리고, 거울 속의 나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그럼 그 하트는 뭔데?
빨간색 그 하트는 왜 보낸건데?
하… 나는 혼자 무슨 상상을 한걸까.
이제 앞으로 엘리샤와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