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그녀, 눈앞의 그녀>

멀고도 가까운

by NoA

다음 날.


나는 1995년 새해 기념 우표를 구경하고 있다.


시계를 보니, 아침 10시.

충장로 우체국은 한산했다.


약속 시간이 되니 밖으로 나왔다.

마침 걸어오는 짝꿍이 보인다.



아트박스에 도착할 때쯤,

짝꿍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이거.”

내 손에 백 원 짜리 동전.

“욜~. 센스쟁이. 감사히 잘 받을게.”

연신 웃고 있는 짝꿍.

아주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짝꿍은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나는 새 다이어리를 고르기로 했다.

엘리샤에게 보낼 편지지도 함께.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길 한 시간.

선물을 고른 짝꿍은 그 자리에서 선물 포장까지 했다.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근처 오락실로 향했다.




“아 맞다. 노아야. 이따 점심도 먹고 가.”

“뭐 먹을건데?”

“돈가스.”

“오예. 칼질 칼질~~크크크. 니가 사냐?”

“아니. 아 그리고 얘도 갈거야.”

짝꿍은 오락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라머리 친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보라머리 친구는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다시 게임에 열중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시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발 디딜틈 없는 충장로를 뚫고,

돈가스 가게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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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분이 우리에게 몇 명이냐고 묻자,

나는 “세 명요.”이라고 답했다.

“아니예요. 6명이요.”

보라머리 친구가 나를 제지하며 말했다.


짝꿍과 나는 동시에 “엥?”하며 친구를 바라봤지만,

보라머리 친구는 이미 직원분을 따라 이동 중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짝꿍이 먼저 말했다.

“누구 더 올 사람 있어?”

“어. 원래 약속 있었어.

느그들 아니였음 여자들 사이에서 피곤했을 듯?”

손을 비비며 보라머리 친구가 말했다.


“여자? 누구?”

이번엔 내가 물었다.

“여친이랑 친구들.

아 노아 너는 전에 봤잖애? 국제, 걔네들이야.”


국제? 국제롤러스케이트장이면…



잠시 후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우리 앞에 3명의 여학생이 앉아 있다.


이건 마치 단체 미팅을 하는 분위기.



긴장한 채 물만 두 잔째다.

실내가 따뜻했지만, 외투는 벗지 않았다.


아침에 세수를 하다 발견한 이마 여드름을

손으로 만져봤다.


‘이런 자리면 진작에 말 좀 해주지.’

모자나 밴드를 붙일걸 그랬다.


‘아무튼, 내 앞에 앉은 애가 엠마라고?’

그 아이를 힐끔 힐끔 훔쳐봤다.

그 아이도 나를 의식하는 듯 수줍게 웃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를 해주었다.


그 뒤로, 나는 메뉴판만 바라보고 있다.

이러다 메뉴를 다 외울 지경이다.


어떻게 먹은지도 모르게 해치운 돈가스.

짝꿍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짝꿍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야, 나는 노아랑 갈 데가 있어서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봐요. 먼저 갈게요.”

매너 있는 목소리와 몸짓으로,

짝꿍이 여학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보라머리 친구가 어딜가냐며 만류했지만,

나와 짝꿍은 이미 나갈 채비를 마쳤다.


나는 여학생들 쪽을 향해 목례를 했다.

보라머리 친구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을 나서기 전 테이블을 바라보다,


엠마와 눈이 마주쳤다.



멈칫하다, 보일듯 말듯 손을 흔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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