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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지 Aug 01. 2023

아무튼, 시골 <고향을 나눠줄게>

시골에서 자라고 살고 있는 30대 여성 일기

시골 사람이다.

재수학원에서 3개월 만에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얻겠노라 서울에 있는 재수학원에 등록해 서울에 살았다.

3개월을 꾸역꾸역 잘 보내고 집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

집에 거의 도착함을 알리는 논이 있는 평야를 보고 눈물이 흘렀다.

당황스러웠다. 3개월이 그리 힘들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흘러 조금 놀랐다.

당황스러운 눈물의 이유를 바로 알아차려버렸다.

실은 나는 한 번도 시야 사방이 다 막힌 도시에 살아본 적이 없다.

이 쪽을 봐도 건물, 저쪽을 봐도 건물, 또 저어 쪽을 보면 차, 또 이~쪽을 보면 사람

그렇게 눈을 쉴 수 없는 곳에 살아본 적이 없었다. 이유 모를 답답함의 이유를 알게 됐다.

16년 평생 컴퓨터 배경화면같은 이렇게 드넓은 평야를 내 앞마당으로 둔 동네에 살았고

기숙사 고등학교에 살 때는 더 넓은 바다를 보며 살았다.

그러니 답답할 수밖에


여하튼, 이때 나는 시골에 살아야겠노라 다짐했던 것 같다.

재수생 생활, 대학 시절을 지나 나는 이곳에 자리 잡았다.

훌쩍 떠나본 적이 없기에 그리운 줄 몰랐던 내 고향에.

요즘은 딱히 고향이랄 곳이 없다고 한다. 고향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를 가지지 못한 탓 아닐까?

그래서 내가 사는 이곳 내 고향을 나눠주려 한다.

그 사람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도 이야기도 많고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내 고향의 이야기와 사람들이 더 매력적이다. 잊지 않고 싶은 기억이기에 하나씩 써보려 한다.

아무튼, 시골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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