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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지 Aug 21. 2023

아무튼, 시골 <눈치 안 봐도 되는 물놀이장>

어른들도 물놀이 좋아해!

"여기서 하죠? 물놀이?"


교회 물놀이 장소를 고민 중이었다.

남녀노소가 섞여 있는 40-50명 남짓한 교회가 물놀이를 단체로 가려면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다.

이제 다들 나이가 있어 안전문제가 있으니 계곡은 어렵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물놀이장에 가자니 복장이 걸린다. 어르신들에게 이 물놀이 한번 하라고 래시가드를 사시라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수영장에 가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런저런 대안을 고안하다가 그냥 어린이 성경학교 때 설치해 놓은 물놀이 장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이 물놀이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람을 넣어서 만드는 수영장이다.

미끄럼틀도 넉넉히 있고, 올해는 미끄럼틀에서 물도 나온다.

이 몰놀이장은 코로나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으로 2020년부터 시작했다.

시골의 넓은 부지가 있으니, 또 아무렇게나 펼쳐놔도 훔쳐가거나 훼손하지 않아 편하게 여름 내내 놓고 지낸다.


이번 물놀이는 어른들도 함께하기 때문에 약간의 놀이를 준비했다.

그런데... 약간의 물놀이 게임 필요 없었다.

평균 나이 75세 이상인 어르신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미끄럼틀로 향하셨다.

마치 '내가 놀 줄 모르겠냐. 뭐 그런 시답잖은 게임을 준비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위풍당당함이었다.

나름 높은 미끄럼틀을 몇 차례나 오르시며 즐기셨다.

심지어, 어디선가 비닐을 구해와 비닐을 깔고 타면 더 빠르다며 스피드를 즐기셨다.

아마 다른 곳으로 물놀이를 갔다면 이런 활기찬 모습은 보지 못했을 것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우리 물놀이 장이니까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어르신들의 자유로움이 반가웠다. '나도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자유롭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골에 계속 산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아무튼, 시골이라서 자유롭기가 더 쉽다.

이런 시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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