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립일기
라이킷 1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랑의 증거(feat. 아부지)

굳이 붙여놓은 삼각형 철판에 대하여

by 김혜지 Jan 17. 2025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다 문득 침대 아래가 보였다.

침대의 원래 구성품에 없던 작은 삼각형 철판 2개

나의 침대를 튼튼히 받쳐주고 있다. 구성품에 없던 그 철판을 굳이 집까지 다시 다녀오며 침대에 고정해 주던 분. 이게 뭐냐고 물으니 "너 무거워서 침대 부서질까 봐."라고 놀리며 섬세하게 고정해 주던 우리 아빠의 그날 그 뒷모습이 떠올랐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브런치 글 이미지 3

다 큰 딸이 독립한다고 선언한 후 이것저것을 당근으로 사들이고, 온 가족이 출동하여 침대며, 매트리스며 서랍을 나르던 날. 내내 더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 바람이 한번 슥~ 하고 불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런 초여름의 막바지였다.

  손재주가 좋은 아빠는 직접 장비를 들고 침대를 판매하는 분의 집에 가서 손수 분리하여 손수 침대를 옮겨왔다. 작은 체구지만 평소 농사일로 터득한 힘쓰는 법을 딸의 독립에 필요한 침대와 매트리스를 옮기는데 귀하게 사용해 주셨다. 딸이 혼자 살 집으로 옮겨서는 가장 알맞은 자리에, 오래~ 쓸 수 있도록 침대 틀을 흔들어가며 나사를 하나씩 조여줬다. 


  어느 정도 새로운 집과 친해져, 혼자만의 시간을 익숙하고 감사하게 보내고 있던 평범한 저녁. 운동을 하느라 숙인 시선 끝에 그날 여름 아빠의 사랑의 증거가 눈에 걸린다. 모든 형태의 '굳이'는 사랑의 증거다. 

  나이가 들수록 아빠가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지고, 아빠에 대한 나의 사랑도 점점 깊어진다. 참 먹먹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든든해지는 그런 기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 시작한 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