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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택 Apr 22. 2021

비만과 통증은 비례하지 않는다.

허리디스크, 허리통증의 비만과 다이어트


  비만(obesity)은 체중이 기계적 부하를 높여 허리척추 구조물을 압박하고 허리통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비만은 인체 내에 지방 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말한다. 체중은 많이 나가지만 지방량이 많지 않고 근육량이 증가해 있는 경우는 비만이라 하지 않는다. 비만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로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25 이상이면(우리나라 기준) 비만으로 정의한다. 비만은 허리통증의 주범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비만과 통증은 비례하지 않는다.    


  척추는 지구에 있는 한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중력의 힘은 위아래로 작용하므로 이 힘을 사람은 척추가 가장 부하를 많이 받고 지지하는 기능을 한다. 척추가 기둥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고도비만(BMI 35)인 경우 요통 발생이 증가한다는 단일 연구가 있다. 평소 체중에 약 4~5kg을 감량하면 허리통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세포신호물질인 아디포카인(adipokines)은 염증을 유도해 허리통증을 발생시킨다는 결과도 있다.   

  

  체중이 증가할수록 요통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의학적 근거는 일관성 있게 입증되진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대체로 동의한다. 생체역학적으로 체중이 증가하면 허리디스크에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통증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척추는 경추(목척추)에서 요추(허리척추)로 내려오면 더 커진다. 허리척추가 체중과 부하를 지탱하고 안정성을 위한 구조와 기능을 한다. 신체활동 부족은 체중이 증가된 원인 중 하나로 자주 움직이지 않으면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 과연 비만과 허리통증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정형외과 분야의 척추에 관한 연구를 다루는 <스파인(spine)> 학술지에서 2000년도에 비만과 허리통증에 대한 65개 관련 연구를 문헌 고찰 후 보고했다. 1965년부터 1997년까지 논문들을 대상으로 정리한 결과 23%는 체중과 허리통증에 긍정적인 연관성(positive association)이 있었다. 59%는 부정적인 연관성(negative association)이 있고 18%는 이 연구와 관련이 없었다. 한 마디로 체중과 허리통증은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결과이다. 체중이 늘어난다고 다 허리통증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비만과 허리통증에 대한 용량반응곡선(dose-response curve)에서도 비만은 요통의 원인이 아니라고 한다. 용량반응곡선은 약물이나 어떤 물질의 용량과 반응간의 일정한 관계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비만이 허리통증의 원인이라면 체중이 증가하는 과체중-비만-고도비만 일수 록 통증이 증가해야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단일 연구에서는 증가가 보고되는 사례도 있지만 일관성 있게 나오진 않았다. 따라서 체중이 증가한다고 통증도 증가하는 건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체중이 증가할수록 허리통증이 증가하지는 않지만 주목해야할 연구 결과들이 있다. 비만이 허리통증의 지속기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즉 비만일수록 회복하는 속도가 늦어지니 결국은 체중을 줄이는 게 낫다는 내용이다. 비만과 통증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과 통증의 지속기간은 비례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비만이라고 자책하거나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체중이 많이 나가더라도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체중 줄이고 허리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


  여성 환자분들은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을 선호한다. 사실 식이요법이 운동보다 체중 감소에는 효과가 있는 부분이 있다. 먹는 양을 줄이면 몸에서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량이 줄고 신체활동도 감소한다. 신체활동량이 감소하면 근육을 움직이는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몸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먹는 양을 줄이고 조절하되 적절한 운동을 통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지 않고 척추의 기능이 잘 될 수 있게 신경 써야한다.   

  

  특히 50대 이상부터 근감소증(근육량 감소와 근력 또는 퍼포먼스의 감소가 동반되는 연령과 관련된 질환)이 진행된다. 허리통증 회복을 위해 과도하게 체중을 감량하게 되면 통증이 좋아졌는데 근감소증이 생기면서 다른 문제가 생긴다. 대사 관련 장애가 생기고 신체활동의 질도 떨어질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은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육량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몸을 잘 조절하고 쓸 수 있는 것이 관건이다.    


  임상에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는 “체중을 얼마나 줄이는 게 좋나요?”이다. 체중기에 보이는 숫자나 비만지수에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게 좋다고 말씀드린다. 중요한 것은 척추를 조절할 수 있고 잘 움직여 영양 공급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식이요법과 내 몸에 맞는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줄이는 게 좋다. 급격한 체중감량은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체중감량과 척추운동 중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도 하신다. 동시에 하는 것이 좋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둘 다 중요하기 때문에 병행하는 것이 좋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하는 나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첫째, 비만과 허리 통증은 심한 정도는 비례하지 않는다. 과도하게 체중 감량을 하지 말자. 둘째, 비만과 허리통증의 지속시간은 연관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재발하지 않고 관리하기 위해 체중 조절은 필요하다. 셋째, 적절한 운동과 활동으로 기초대사량을 높이자.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것은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다. 넷째, 체중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맛있는 음식도 가끔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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