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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택 Apr 22. 2021

대표적인 허리운동을 맹신하지는 말아야 한다.

허리디스크, 허리통증을 낫기 위한 운동 접근


  TV와 인터넷을 보면 허리디스크와 허리통증에 좋은 운동이 많다. 물론 이 운동들은 척추 주위 근육들을 강화시켜 안정성을 제공한다. 추간판과 척추 구조물에 부하를 줄이고 도움이 되는 운동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대표적인 허리운동들이 오히려 통증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몸에 맞춘 운동이 아니라 운동에 내 몸을 맞추기 때문에 때로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흔히 대표적인 허리운동은 코어운동, 윌리엄스 굴곡 운동, 맥켄지 신전 운동, 맥길 ‘빅3’ 운동 등이 있다.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우수한 운동이지만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된다. 대표적인 허리운동을 맹신하지는 말자.


  코어 근육(core muscle)에서 코어는 중심, 핵심이라는 뜻으로 신체의 균형과 안정성을 위한 근육들이다. 코어 근육은 허리, 골반, 엉덩이, 복부 등 체간의 중심을 이루는 근육들이다. 근육이 붙어 있는 위치에 따라 겉으로 들어나는 큰 근육들인 겉근육과 척추와 골반의 뼈에 붙어 심부에 있는 속근육이 있다. 겉근육은 전체적인 움직임과 근력을 발생시킨다. 속근육은 척추에 직접 부착되어 척추 구조물을 지지하고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코어 운동을 검색하면 플랭크, 슈퍼맨 자세, 윗몸 일으키기 형태나 몸통을 비트는 자세가 들어간 운동이 많다. 허리통증이 있는 경우 추간판탈출증과 통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


  허리통증이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 속근육을 잘 못쓰고 척추의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속근육 운동을 강조한다. 척추, 골반, 복강 내 직접 붙는 복횡근, 횡격막, 다열근, 골반저 근육 등이 대표적인 속근육들이다. 허리척추를 중심으로 부착되고 가장 안쪽에서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근육 길이를 조절하고 움직임을 조절하는 센서인 근방추(muscle spindle)가 풍부하기 때문에 속근육 운동은 강조된다. 허리통증 환자에게 속근육이 척추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도움이 되지만 겉근육의 역할도 중요하다. 결국 평가를 통해 코어 근육들 중 어떤 근육들이 더 활성화되지 않는지를 찾아내 특정 운동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통증이 없을 때는 겉근육인 큰 근육 운동도 활동적인 동작과 척추에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통증이 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아는 코어운동은 대부분 겉근육을 많이 쓰이게 하기 때문에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운동이 아니다. 운동은 내 몸에 맞춰야 한다. 코어 운동이 좋지만 운동에 내 몸을 맞추면 탈이 날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전에는 현재 몸 상태와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를 통해 내 몸에 맞는 운동이 필요하다. 허리에 좋다는 운동을 다 따라하면 안 된다.


  20대 초반의 남자 대학생은 중량을 드는 근력운동을 선호한다. 가슴 근육을 강조한 벤치 프레스나 복부, 등, 엉덩이, 다리 근육 등 광범위하게 운동할 수 있는 데드리프트를 자주 했다고 한다. 데드리프트(deadlift)는 바닥에 놓인 바벨이나 덤벨 등 기구를 손에 잡고 팔을 구부리지 않은 자세로 엉덩이 높이까지 들어 올리는 형태로 한다. 무게를 올리면서 벤치프레스와 데드리프트는 했는데 허리가 과전만 되고 부하가 누적되어 허리통증이 생겼다. 허리가 아파서 코어 운동을 했지만 더 통증이 심해졌다. 평가와 목표 설정 후 본인의 몸에 맞은 운동을 낮은 단계에서부터 한 후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됐다. 초점은 무게를 조절하는 근력 운동이 아닌 척추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근지구력 운동이었다.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인 폴 윌리엄스(Paul C. Williams)가 만든 윌리엄스 굴곡 운동은 허리디스크에 안 좋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윌리엄스 굴곡 운동은 허리를 구부리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과전만이 허리디스크에 후방 압력을 가해 추간판 탈출이 생기고 좌골신경통이 생긴다고 믿어 요추 전만을 줄이기 위해 굴곡 운동을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추간판 탈출증은 허리를 구부리면서 추간판의 부하를 주고 반복되면서 수핵과 섬유륜이 찢어지면서 발생한다. 1937년에 만들어진 굴곡 운동은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탈출증)의 역학을 담아내지 못한 것이다. 최근에는 허리통증에 안 좋은 운동으로 윌리엄스 굴곡 운동을 피하라는 내용이 많다.


  허리를 구부리는 움직임(굴곡)은 추간판의 수핵을 후방으로 이동하지만 신경뿌리가 나오는 추간공의 입구의 크기를 증가시킨다. 허리 굴곡은 후방에 있는 후관절(추간관절)의 공간이 좁아 통증이 생기는 경우 넓혀주는 역할도 한다. 후관절에 과도한 부하가 실리는 것을 전방으로 분산도 시켜줘서 추간공 협착증, 신경뿌리를 자극하는 골극으로 인한 통증 감소에는 때론 도움이 된다. 이 때 과도한 힘을 주는 굴곡 동작은 추간판에 무리를 준다. 골반의 후방 경사와 함께 적은 움직임으로 조절하는 운동을 하면 허리통증에 도움이 되는 케이스가 있다. 윌리엄스의 굴곡 운동을 응용해서 적절하게 하면 된다. 대표적인 허리에 나쁜 운동으로 몰아가기에 안타까운 면이 있다.


  맥켄지 신전 운동은 허리디스크에 좋은 운동으로 권장된다. 뉴질랜드의 물리치료사인 맥켄지(McKenzie)가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신전)의 역학을 이용해 만든 운동이다. 맥켄지는 어느 날 허리디스크에 고통을 받는 환자가 찾아왔는데 잠시 방에 있는 테이블에 엎드려 있으라고 했다. 잠시 뒤 그 환자를 본 맥켄지는 깜짝 놀랐다. 테이블 한쪽이 무너져서 환자가 허리가 뒤로 젖혀진 채 있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뒤로 젖히는 동작이 허리디스크를 더 손상시킨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의료 사고가 난 줄 알았는데 그 환자는 다리가 저린 증상이 감소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허리를 뒤로 젖혀서 수핵이 앞으로 이동하고 회복된다는 원리의 맥켄지 신전 운동이 시작되었다.

     

  마차도(Machado) 연구팀은 맥켄지 신전 운동으로 실험한 11건의 연구들을 문헌 고찰했다. 단기간에는 맥켄지 신전 운동이 타인의 의해 받는 수동적 치료보다 향상된다고 한다. 12주 후 추적 관찰을 통해 활동적인 상태를 유지를 조언 받은 그룹이 통증 회복에 더 효과적이었다. 맥켄지 신전 운동의 임상적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급성기나 추간판탈출증에 적용한 연구에서는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결과도 많다. 맥켄지 신전 운동을 하면 추간판탈출증이 무조건 낫는다는 공식이 성립되지는 않지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허리를 뒤로 젖히는 움직임(신전)은 수핵이 전방으로 이동해 척추 후방에 있는 신경 압박을 줄인다. 후방 인대들의 긴장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맥켄지 신전 운동이 생체역학적으로 좋은 원리임에도 추간판탈출증에 적용시킬 때는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추간판의 높이가 줄어든 사람의 경우 젖히면 추간공과 후관절이 좁아지고 압박되면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 근육이 굳어 있는 경우나 과도하게 젖히려고 힘을 주는 경우 통증이 더 생길 수 있다. 척추 구조물은 통증을 느끼는 수용기(receptor)가 조직마다 있어서 과도한 부하를 주면 탈이 난다. 맥켄지 신전 운동이 좋은 효과도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60대 초반의 남성 환자는 허리 중심에 통증이 있고 앉았다 일어설 때 통증이 심하다. 앉아 있을 때는 통증이 없고 계단 올라갈 때도 괜찮으시다. 3년 전 교통사고가 크게 난 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 주사치료, 지압, 침을 맞는 등 교통사고 후 회복이 안 되셨다. 진단 소견 상 척추관협착증으로 신경 주사를 맞고 맥켄지 신전 운동을 배우셨다. 맥켄지 신전 운동을 했지만 통증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고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 통증이 심하고 걷기가 힘들어서 수술까지 생각하셨다. 지금은 퇴행성 변화인 협착증에 대한 이해와 수영과 운동으로 일상생활을 대부분 잘 하고 계신다.


  척추 분야의 권위자 맥길(Stuart McGill) 박사의 맥길 ‘빅 3’ 운동은 유명하다. 허리척추의 안정화를 위한 근육 훈련 방법으로 생체역학적 측면을 강조한다. 임상에서 근력과 근지구력이 약한 환자들에게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고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통증이 감소하면서 ‘빅 3’ 운동을 하면 효과적인 면도 있다. 대표적인 허리 운동도 시기와 개인에 따라 회복 효과가 다르다. 운동에 내 몸을 맞추다 보면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더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 나쁜 운동은 없다. 운동은 과학적이고 만성 허리통증에는 더 권장한다. 따라서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하면 허리통증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허리운동을 맹신하지는 말아야 한다. 코어 운동, 윌리엄스 굴곡 운동, 맥켄지 신전 운동, 맥길 ‘빅3’ 운동은 대표적인 허리 운동이다. 각 운동은 효과적이고 근거 중심의 과학적인 운동이다. 문제는 운동에 내 몸을 맞췄을 때 맞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내 몸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 평가와 목표 설정이 있는 운동은 허리통증 회복에 도움이 된다. 허리통증이 일어난 후 시기별 대응법과 내 몸에 맞는 운동을 해보자. 운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치료법중 내 몸에 맞는 치료법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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