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aration

# 71

by 더블윤

이 글은 연재 중인 장편 SF소설입니다.
첫 화부터 감상하시길 권해드립니다.





Observer


전장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불길이 모든 곳에 닿은 것은 아니었다. 지구와 달 사이의 어둠을 가르며, 두 개의 궤적이 조용히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고 있었다.
고스트쉽은 엔진 출력을 최소한으로 유지한 채, 정해진 항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었다. 외부 장갑을 스치는 미세한 입자들의 충돌음조차 차단된 선체 안은 조용했고, 계기판의 수치들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노매드 제로 역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전투에 최적화된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노매드는 공격도 회피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직 항로와 속도, 그리고 연료 잔량만을 계산하며 묵묵히 전진할 뿐이었다.
그 사이, 통신 대역 너머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신호가 오가고 있었다. 루나포트 교전 보고, 손실 추정치, 긴급 요청. 그러나 그 모든 통신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다만, 노라와 칼리뮤는 이제 그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희생 위에 세워진 고요한 항로를 따라 조용히 분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는 이야기의 결착을 위한 방향으로, 다른 하나는 태양계 안의 모든 소음과 파편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Boy's


멀리 보이는 달 근처의 섬광들과는 달리, 고스트쉽의 내부는 고요하고 차분했다.

“항로 재확인. 현재 벡터 유지 중입니다.”
조종석 앞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루나포트 교전 반경 이탈 확인. 적의 추적 신호는 없어.”
다른 조종사가 곧바로 응답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기판 위를 스쳐 지나가는 수치들을 바라보았다. 속도, 방향, 중력 영향. 그 모든 것이 죄스러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스텔스 필드 안정화 완료. 출력 87퍼센트 유지.”
“연료 잔량도 체크해 봐.”
“코라 접근 전까진 문제없습니다.”
조종사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나는 그들의 뒤편에 앉아 안전벨트에 몸을 고정한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주는 여전히 검고, 깊고, 무관심했다. 수많은 함선이 부서지고 있을 그 공간과, 이 고요한 항로 사이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통신기에서 루나포트 쪽에서 들어온 짧은 잡음이 스쳤다. 부조종사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고개를 숙인 채 그 잡음에 반응했다.

“통신 채널 전환.”
그의 옆에 앉은 다른 조종사가 통신기의 채널을 바꾸며 말했다.
사람의 음성이 섞여 흘러나오던 잡음이 이내 잠잠해졌다. 건조하고 차가운 판단이었지만, 나는 그의 표정에서 그들 역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침묵은 선택이었다. 누군가는 싸우고 있고, 누군가는 그 불길을 뒤로한 채 떠나고 있다. 같은 길은 아니었지만, 둘 중 어느 쪽도 틀린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떠나가는 길 위에 선 사람들은, 그 무게를 감당해야만 했다.

“네 잘못이 아냐, 노라.”
소피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나는 손목 위의 단말기를 내려다보았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소피는 나의 감정을 읽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말기를 천천히 만지작거렸다.

“다음 항로 전환까지 12분.”
“중력 간섭 없음. 자동 항법 시스템 가동합니다.”

고스트쉽이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지구의 푸른 가장자리가 시야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차가운 별빛이 채워갔다.
나는 더 이상 계기판을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창 너머의 먼 공간을 바라보았다. 아주 멀리,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붉은 점 하나가 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분명히 구분되는 색. 차갑고, 고독한 빛. 우리의 목적지가 있는 화성이었다.
그곳에 있는 코라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항로 안으로 들어섰다. 나도, 칼리뮤도, 이곳의 모든 사람들도 각자의 짐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말없이 그 붉은 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칼리뮤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금 그녀의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
나처럼 복잡한 심경을 억누르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항상 마음이 복잡할 때면, 내 옆의 그녀가 조용히 손길을 건네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그녀의 손을 잡고만 싶다.

고스트쉽은 계속해서 전진했고, 여전히 이곳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Girl's


노매드의 조종석은 생각보다 더 좁았다. 이미 출발 전에 모의 기체에 앉아 조종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었지만, 캐노피가 덮인 실제 기체의 조종석은 모의 조종석보다 훨씬 답답하게 느껴졌다.
기체는 가볍고 반응이 빨랐다.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설계된 기체라는 점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칼리뮤, 이제 단독 항로에 들어갈 거예요. 모든 통신도 침묵하겠습니다. 안전하게 돌아가시길…” 통신기를 통해 엘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엘렌.” 나는 짧게 답했다.
그리고 더 이상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엔진 출력이 미세하게 변했고, 기체는 아주 부드럽게 방향을 틀었다. 이제 나는 인간들의 고향 행성과 그 하얀 위성을 뒤로한 채, 동료들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파우치를 뒤져 신호기를 꺼내 보았다. 작은 패널이 반짝이며 동료들의 생체 신호와 우주선의 좌표 신호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역시나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다.
임무 초반에 우리는 힘든 일을 겪었지만, 결국 모두가 무사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아주 잠깐, 정말 잠깐 손끝에 힘이 풀렸다. 그 정도의 반응만으로도,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스스로 알 수 있었다.

인간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달 근처에서는 여전히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노라는 이 모든 것의 결착을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내가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쳤다가,
나는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가 무사할 거라 믿어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했다.
나는 이 코어리움 폭탄을 가지고 인간의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 그것이 그와, 그가 사랑하는 이 세상을 위한 일이었다.

노매드는 조용히 항해를 이어갔다. 추격은 없었다. 아니, 이 고요한 항로 위에는 그 어떤 존재도 없었다. 오직 침묵과 별빛만이 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시선을 들어 캐노피 너머를 바라보았다. 우주는 언제나 그렇듯 무심했다. 누가 떠나고, 누가 남는지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오른쪽 측면 창 너머에선, 아주 멀리, 희미하지만 분명한 색의 별 하나가 보였다.
붉은 별. 인간들이 화성이라 부르는 행성.

나는 말없이 그 붉은 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노라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색을 보는 순간, 이유 없이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았다. 아니, 사실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다만, 그 이유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뿐이었다.

그는 지금 어디를 보고 있을까.
같은 별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계기판의 숫자들만을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그가 조용히 마음을 다잡고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말을 아끼고, 판단을 맡기고, 선택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는 사람. 그것이 그가 선택한 방식이라는 것도.

노매드는 항로를 유지한 채 어둠 속으로 더 깊이 스며들었다. 전투의 소음은 이미 닿지 않는 거리였고, 남은 것은 각자의 선택이 만든, 같은 방향의 시선뿐이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뿐,
붉은 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