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이 글은 연재 중인 장편 SF소설입니다.
첫 화부터 감상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이제 노매드는 외행성과 내행성의 경계를 이루는 소행성대에 이르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신호기에서는 끊임없이 좌표 정보가 전송되고 있었다. 현재 노매드의 좌표와 신호기에 표시된 좌표는 이제 눈에 띄게 가까워져 있었다.
우주는 여전히 고요했다. 항로상의 별빛은 불규칙하게 끊겼고, 크고 작은 암석들이 센서 범위 안으로 하나둘 나타났다. 주변의 풍경은, 정말 공교롭게도 동료들과 처음 헤어졌던 곳의 풍경과 닮아 있었다.
인간의 우주 항법 시스템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노매드의 계기판에 떠오른 좌표와 신호기에 표시된 좌표는 거의 동일해졌다. 그 말인즉슨, 동료들이 분명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우주선을 숨기고 있을 그들을 내가 직접 발견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나는 신호기 한쪽에 있는 조난 신호 발생 버튼을 길게 눌렀다. 내가 이곳에 도착했음을, 그리고 이 인간의 우주선을 탑승한 자가 바로 나임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우주의 고요함은 변함이 없었고, 여전히 동료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신호기의 좌표가 미묘하게 갱신되기 시작했다.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네리안의 통신 원칙에 따르면 조난 신호에 응답할 경우, 반드시 수신했음을 알리는 답신이 먼저 전송되어야만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노매드의 추력을 낮추며 근처에 보이는 대형 소행성을 향해 기수를 돌렸다. 노매드는 천천히 소행성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대형 소행성의 표면은 수많은 충돌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고, 한쪽 면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즉시 그 안으로 기체를 밀어 넣은 뒤, 시동을 정지시켰다.
이내 기체는 우주의 고요 속에 완전히 잠겼고, 내부에는 예비 전력으로 작동하는 센서들의 표시만이 조용히 깜박였다.
그리고 그때, 커다란 물체가 접근해 오는 것이 레이더 신호에 포착되었다. 이곳에서 불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였다.
곧 그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별빛의 왜곡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점점 윤곽이 또렷해지며 분명한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선체.
소행성대의 배경을 가릴 만큼 압도적인 질량.
로쉬가 타고 있던 그 함선.
“… 코라.”
노라가 그렇게 부르던 인간의 대형 탐사선이었다.
분명 화성 궤도 위에 정박해 있어야 할 함선이, 지금은 바로 내 머리 위에 떠 있었다.
나는 신호기에 떠 있는 좌표와 노매드 계기판의 좌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확히 일치하는 좌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동료들의 마지막 신호는, 그 코라 안에서 전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순간, 코라의 측면 격납부가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빛들이 분출되었다. 검은 외형, 공 모양의 실루엣.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되었던 그 전투기였다.
“… 역시.”
나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코라에서 나온 여러 기의 전투기가 주변 탐색을 시작했다. 나를 찾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숨을 곳은 많지 않았다. 그들 중 하나가 크레이터 외곽을 스쳐 지나갔다. 센서 경보는 울리지 않았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이미 발각되었을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조종간을 꽉 쥔 채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다시 한번 코라를 바라보았다. 그 거대한 그림자 너머 어딘가에, 사라진 동료들의 흔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들을 구할 장비도, 지원도 전무한 상태였다.
어쩌면… 이대로 조용히 이탈해 벨시안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동료들이 붙잡혀 있다면, 이미 정기 임무 보고가 끊긴 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벌써 벨시안에서 보낸 구조대나 정찰대가 태양계를 향해 오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어떻게든 태양계 외곽으로만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들과 접촉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어떻게든 인간이 위험한 종족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벨시안에 전해야만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종간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조용히 엔진 점화 스로틀을 천천히 움켜잡았다.
'내 외면과 무관심이 결국 저들을 만들고, 저런 삶을 만들어낸 거예요. 그러니… 미안할 수밖에요.'
그때, 노라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구해주고 싶어서요…’
그 말은, 노라가 이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노라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더 이상 이성의 논리에 갇혀 누군가를 외면할 순 없다.
“젠장…”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리고는, 우주선의 엔진을 다시 가동했다. 그러자 주위의 검은 전투기들이 냄새를 맡은 사냥개처럼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나는 손을 움직여 스로틀을 밀지 않았다. 대신 통신기의 전원을 켜고, 모든 채널을 개방한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로쉬, 당신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나는 벨시안에서 온 네리안, 벨시안 제3 연합함대 소속의 칼리뮤 대위입니다. 네리안 문명을 대표해 당신에게 협상을 요청합니다. 문명의 충돌을 막고 싶다면, 나를 당신네 함선으로 안전히 인도하길 바랍니다.”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담담한 어조로 한 단어 한 단어를 눌러 말했다.
그의 이질적이고 차가운 얼굴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랐다.
이내 캐노피 너머로, 코라에서 빠져나온 전투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한 기가 코앞에서 멈춰 섰다. 그 전투기의 코어가 마치 눈동자처럼 나를 한참 응시하더니, 이내 방향을 바꿔 코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로쉬의 대답임을 알 수 있었다.
조종간을 천천히 잡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