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boding

# 76

by 더블윤

이 글은 연재 중인 장편 SF소설입니다.
첫 화부터 감상하시길 권해드립니다.





Boy’s


눈앞에 코라가 보였다.
그것은 소행성대를 배경으로 정지해 있는 것처럼 유영하고 있었다. 별빛 속에 섞인 거대한 음영. 우주 구조물처럼 보일 만큼 거대하면서도, 동시에 정돈된 실루엣이었다.

“당신 말이 맞았어요…”
딜런이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채, 시선을 코라에서 떼지 않았다.

“접근 각도 변경합니다.”
조종사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고스트쉽이 미세하게 방향을 틀었다. 우리는 천천히 선체의 후미로 돌아갔고, 이내 눈앞에 코라의 거대한 이온 추진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기예요. 외피 유지 보수용 통로는 저곳에 있어요.”
나는 추진기 상단에 돌출된 작은 해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력 고정 준비합니다.”
조종사는 고스트쉽의 자세를 미세하게 조정하며 응답했다.

고스트쉽이 서서히 감속했다.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천천히, 고스트쉽과 코라의 선체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고정 3초 전… 2… 1…”

충격은 없었다. 그저 미세한 진동이 선체를 스쳤을 뿐이다. 마치 거대한 생물의 피부 위에 손을 얹은 것처럼, 고스트쉽은 침묵 속에 잠든 코라의 선체에 내려앉았다.
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선외 우주복을 착용한 무장 요원들은 가져온 무기들을 우주복과 연결된 장비 가방에 정리하고 있었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각자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준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계획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그 변수는 다름 아닌, 나였다.

“저는 칼리뮤를 구하러 가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러나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딜런. 당신 단말기에 코라의 상세 구조도를 전송해 두었어요.”
나는 딜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했던 말들, 꼭 명심하고 신중하게 움직여요. 코라에 탑승한 군인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최대한 교전은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노라…”
딜런이 말을 꺼냈다.
“당신 혼자서는 위험해요. 먼저 임무를 수행하고, 그다음에 함께 움직이는 편이—”

“아니에요, 딜런.”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그러면 너무 늦어요.”

딜런은 더 말하지 않았다. 분명 나를 말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를, 그는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고스트쉽의 외부 해치가 열렸다. 헬멧 안에서는 내 숨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헬멧의 고정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외벽을 향해 몸을 내밀었다. 발이 코라의 선체에 닿는 순간, 자력부츠가 즉각 반응했다. 마치 중력이 생긴 것처럼, 코라의 선체가 내 발을 끌어당겼다.
선체 표면에는 수많은 미세 패널들이 겹겹이 이어져 있었다. 그중 몇 개는 얼마 전 교체를 마친 듯, 유난히 매끈한 표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하나의 패널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내부에는 여러 전선이 연결된 접속 단자 하나가 돌출되어 있었고, 그 단자를 잡아당기자 기다란 호스처럼 천천히 뽑혀 나왔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단자를 소피에 연결했다.

“부탁해, 소피.”

그녀의 응답은 즉각적이었다.
“내부 잠금 해제 완료. 접근 중인 인원 없음. 이 구역의 경보 시스템도 오프라인으로 전환했어. 이 아래는 안전해, 노라.”

나는 다시 패널을 닫고 해치 위의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를 당기자 두꺼운 원형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해치가 개방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네 명의 무장 요원들이 먼저 진입했다. 그 뒤를 딜런이 따랐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숨을 크게 한 번 내쉰 뒤, 해치를 닫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해치 너머로 들어오자 외부의 우주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헬멧 안에 울리던 숨소리마저 사라지고, 코라 내부 특유의 낮고 일정한 진동이 발밑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기압 정상입니다.”
딜런이 짧게 말했다.
“산소 농도도 문제없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헬멧을 분리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분명한 코라의 공기였다.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 냄새가 그대로였다.
무장 요원들도 차례로 우주복을 벗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빠르고 조용했다.

“이젠 갈라져야겠네요.”
내가 말했다.

딜런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노라는 칼리뮤 씨에게 가는 거죠…?”

“네.”
나는 짧게 대답했다.

무장 요원 중 한 명이 손목 단말기를 띄웠다. 희미한 홀로그램 위로 코라 내부 구조도가 겹쳐졌다. 내가 전송한 자료였다. 오래된 정보와 최근 스캔 데이터를 조합한, 완전하진 않지만 충분히 쓸 수 있는 지도였다.

“여기가 코라의 통신 서버가 있는 구역이에요. 중앙 허브를 우회해서 들어가야 합니다. 감시 밀도가 높은 구간은 최대한 피해야 해요.”
나는 홀로그램에 표시된 작은 공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교전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했다.

딜런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부디… 무사해요, 노라.”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통로는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한쪽은 비교적 밝았고, 다른 한쪽은 조명이 절반쯤 꺼진 채 길게 이어져 있었다. 딜런의 팀은 밝은 복도를 향해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나는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칼리뮤가 있을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가 어디에 있을지는 짐작이 갔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혼자 그곳을 향해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피.”
나는 소피를 속삭이듯 호출했다.

“듣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함장실 안의 생체 스캐너를 확인해 줄 수 있어?”
내 말에 그녀는 잠시 머뭇거렸다.

“칼리뮤의 신호로 추정되는 파형이 감지돼. 약해졌지만 분명히 남아 있어. 하지만…”
그녀의 음성에는 염려가 묻어 있었다.
“예감이 좋지 않아.”

“뭐가?”
내가 물었다. 예감이라는 단어는 소피에게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코라가 알고 있는 것 같아.”
소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가 여기에 들어온 걸…”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누구…? 코라가?”
내가 되물었다.

“내가 여기 들어오면서 한 건 해킹이 아니야. 그냥 접근이 열려 있었어. 마치… 기다리고 있다는 것처럼.”
소피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코라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

나는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것을, 로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딜런은 지구의 자녀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했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칼리뮤를 구하는 것이었다.

“딜런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 줘. 일이 잘못될 것 같으면, 바로 철수하라고.”
내가 말했다.

“그러는 너는?”
소피가 물었다.

복도 끝, 둔각으로 꺾인 모서리 너머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조명. 코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색이었다. 마치 의도적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듯한 불빛이었다.
로쉬. 그가 일부러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벽에 몸을 붙이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 함선 안에서 그는 언제나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존재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분명했다.

감정.
나의 각오.
그녀를 향한 사랑.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대답했다.
“그녀를… 그리고 그를 만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