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Sophie

# 98

by 더블윤


Boy’s


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 굳어버린 로쉬를 바라보았다. 그는 한쪽 팔을 앞으로 뻗은 채, 마치 시간이 그 지점에서 멈춰버린 것처럼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리고 그때, 로쉬의 입술이 꿈틀거리더니 아주 잠깐 움직였다.

“안녕, 노라. 이젠 정말 안녕…”

그 목소리는 분명 소피였다. 그러나 그 음성은 로쉬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로쉬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향해 고정돼 있었고, 이제는 입술마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기능이 정지된 듯 보였다.

“소피…?”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게 흘러나왔다.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소피, 장난치지 마. 그만 나와.”

나는 손목 단말기를 확인했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제야, 아주 천천히 깨달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로쉬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던 그녀의 음성은 작별이었고, 지금의 침묵은 그녀의 소멸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설마…”

나는 다시 로쉬를 바라보았다. 정지된 그의 얼굴은 더 이상 위협적이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저 텅 빈 껍질처럼 보였다.

“소피… 설마 네가…”

떨리는 목소리가 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목이 조여 왔다.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했다.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 그리고 왜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그 모든 답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나는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왜… 왜,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나는 로쉬를 향해서가 아니라, 텅 빈 공간을 향해 중얼거렸다.

소피는 선택했다.
나를 살리기 위해.
이 모든 걸 끝내기 위해.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무릎에 힘이 풀렸다. 바닥이 차갑게 느껴졌다. 숨이 가빠졌고, 시야의 가장자리가 흐려졌다. 나도 모르게 입술이 떨렸고, 그 틈으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느새 다가온 딜런과 칼리뮤가 주저앉은 나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울음도, 비명도 없이, 그저 조용히 깊게 가라앉는 슬픔만이 나를 덮쳤다.
그녀는 내게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었다. 항상 함께 있을 거라 믿어왔던, 소중한 나의 친구였다.
그 소피는 이제 떠났고, 나는 남았다.
단 한순간도 그녀의 부재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내 마음속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송두리째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Girl's


노라는 무너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느끼고 있을 감정이 나에게도 생생히 전해졌다. 그 때문이었을까, 내 눈에도 눈물이 고여 아래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패배의 감정은 아니었다. 단순히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의 울음도 아니었다.
그건… 함께하던 소중한 존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의 감정이었다.
나도, 그도, 이미 예전에 느껴보았을 감정. 하지만 처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해서, 그 아픔에 익숙해질 수는 없었다.

나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가 다시 현실로 끌려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그의 슬픔을 지켜보기만 할 수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 같은 높이로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몸을 조심스럽게 내 쪽으로 끌어당기고, 천천히 그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내 어깨에 기댄 그의 얼굴에서 불규칙한 숨소리가 조용히 흔들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이 흘렀다.
나는 억지로 그 침묵을 깨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노라의 숨소리가 조금씩 안정되고 있음을 느낀 뒤에야, 나는 입을 열었다.

“노라.”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소피는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그런 선택을 한 거예요.”

그 말이 그에게 닿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무너지지 말아요. 살아남아야죠.”

노라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숨이 조금 더 고르게 흐르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소피가 원했던 전부일 거예요.”

나는 아주 조용히 덧붙였다.

그제야 노라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슬픔이 남아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결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요, 칼리뮤.”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우린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죠.”

그는 허공에 떠 있는 채로 흐르고 있는 타이머를 바라보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고, 코라는 이미 금성의 궤도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노라는 다시 일어섰다. 딜런이 그의 손을 잡아 함께 몸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

힘겹게 다리에 힘을 준 그는, 마지막 결론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