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
코라의 함장실에는 여전히 붉은 숫자가 흘러가고 있었다.
칼리뮤는 로쉬의 책상 위에 올려진 코어리움 반물질 폭탄의 외피에 손을 대고 있었다. 겹겹이 봉인된 제어 패널은 이미 경고 신호로 가득 차 있었고, 내부 에너지 밀도는 안정화 한계치를 넘어선 상태였다. 그녀는 폭탄의 가동을 해제하려 했지만, 코어리움의 푸른빛은 점점 더 강해지기만 했다.
“멈출 수 없어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어요.”
칼리뮤가 말했다.
코어리움의 반물질 반응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재앙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칼리뮤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함선의 방향을 돌려, 폭탄을 안전거리 밖으로 옮겨야 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코어리움 폭탄을 어깨에 멨다.
노라와 칼리뮤, 그리고 딜런은 함장실을 나서 곧바로 통제실을 향해 움직였다. 코라의 항로를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폭탄을 내행성 궤도 바깥에서 작동시켜야만, 수성과 금성의 코어리움 밀집 지역에서 발생할 연쇄 반응을 피할 수 있었다.
통제실의 문은 열려 있었고,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창 너머로는 눈에 띄게 가까워진 태양이 보였다.
노라는 주 항법 콘솔 앞에 서서 패드를 조작했다. 시스템은 즉각 반응했지만, 그 응답은 냉정했다.
‘접근 권한 없음.’
‘중앙 제어 코어: 비활성.’
‘관리자 권한: 베할라 로쉬.’
노라는 두 주먹으로 콘솔을 내리쳤다. 로쉬의 권한 없이는 코라의 항로를 변경할 수 없었다. 주인을 잃은 코라는 여전히, 마지막으로 입력된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다.
칼리뮤는 어깨에 멘 코어리움 폭탄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판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코라 전체를 제어할 수 없다면, 폭탄 자체를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직접 운반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칼리뮤가 말했다.
“격납고에 아직 함선이 남아 있을 거예요!”
노라가 황급히 몸을 돌리며 외쳤다.
노라는 먼저 통제실을 뛰쳐나갔고, 칼리뮤와 딜런이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격납고에 도착한 노라는 네리안의 함선과, 자신이 타고 왔던 노매드가 그대로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 잠시 안도의 기색이 스쳤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죠?”
노라가 칼리뮤를 향해 물었다.
칼리뮤는 코어리움 폭탄을 잠시 들여다본 뒤 답했다.
“앞으로 1시간 24분 남았어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아 있는 함선들을 바라보았다. 네리안 함선의 성능을 그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코어리움 반응로를 붕괴 직전까지 끌어올린다면, 남은 시간 안에 폭탄을 태양계 외곽으로 운반할 만큼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칼리뮤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고뇌의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잔인한 문제가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이 폭탄과 함께 떠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