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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

by 더블윤


Boy’s


눈앞에서 칼리뮤가 탑승한 함선이 천천히 떠올랐다. 나는 여전히 푸른빛의 함선을 향해 애타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딜런은 그런 나를 붙잡았다.
격납고의 커다란 감압실 문이 열렸고, 네리안 함선이 안쪽으로 들어가자 감압실의 문이 서서히 닫혔다. 그와 함께, 그녀의 함선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칼리뮤!”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그녀에게 닿지 못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차가운 우주 공간 속으로,
그녀는 그렇게 사라져 갔다.






Girl’s


노라를 떠났다. 이제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할 것이다.
대신, 나는 그를 더욱 선명하게 마음속에 새겼다.
함선은 코라를 뒤로한 채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슬픔은 생각보다 덜하다고 느꼈다.
마지막에 내가 바라던 일을 이루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 때문인지, 마음 한켠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다.
결국 끝까지 고집을 부린 것은 나였다.
그가 없는 삶을 사는 것보다는, 그가 이 세상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선택을 택했다.
그로 인해 그가 슬퍼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결국,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
그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최대 출력 도달」

시스템의 음성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Boy’s


몸에서 감각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딜런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고, 그가 나를 억지로 노매드 안에 태우고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 수는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먼 일처럼 느껴졌다.
몸을 가누기 힘들었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눈물만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그것만이 아직 살아 있는 감각인 것처럼, 눈물은 별개의 신경을 가진 채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사랑해요, 노라.”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이, 끊임없이 귓가를 울렸다.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것은, 정말로 그것뿐이었다.
그제야 떠올랐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 생각이 가슴 안에서 천천히 부풀어 올랐고, 끝내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은 그대로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Girl’s


혼자 남은 우주선 안.
중앙의 조종석에 앉아, 나는 창 너머로 별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운 별들.
아름다운 세상.

너무 늦게서야 깨달았지만, 이제는 나에게도 똑같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그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사랑하는 그가 나와 함께 있어 주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이 우주 어디에서도,
그는 사라지지 않는다.

'00:10:00'

눈앞의 스크린에 남은 시간을 알리는 타이머가 떠올랐다. 그 숫자는 더 이상 시간이 아니었다.
노라와 나 사이에 놓인 거리였고, 동시에 그가 안전하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숫자가 줄어들수록, 그는 살아간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다.
이제는 서두르지 말고, 마지막으로 세상을 눈에 담자.
노라와 함께 걸어왔던 길들, 함께 나누었던 하루하루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마음속에 새기자.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나의 일부가 되었으니...

아카이브를 열어 지구의 영상을 스크린에 띄웠다.
푸른 바다, 숲 사이를 스치는 바람, 빛을 반사하는 구름 아래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
이곳에서 노라와 인간들은 다시 시작할 것이다.
저 아름다운 생명의 행성에서.

…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나도 저들 곁에 남아 있었다면, 노라와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아갔다면 그건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미 충분히 함께 있었다.
그와 나 사이엔, 시간보다 깊은 무언가가 남아 있으니까.

타이머는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흐름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Boy’s


코라를 벗어난 노매드는 말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주조종석에 앉은 딜런은 아무 말 없이 전방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시선은 여전히, 이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네리안 함선의 항적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를 구해주고 싶었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사랑했기에, 누구보다도 사랑받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진작 깨달았어야 했다. 나는 처음 그녀를 본 순간부터 이미 빠져버렸고, 그때부터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와 함께였기에 나는 더 강해질 수 있었고, 그녀와 함께한 시간들은 짧았음에도 영원처럼 느껴졌었다.
이제 그녀를 떠나보내면, 그녀와 함께할 시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한없이 약해진다.

“당신을 구해주려 했는데…”
나는 거의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 당신의 행복을 바랐는데…”

말은 공기 속으로 흩어졌고, 그녀에게 닿지 못한 채 노매드의 조용한 진동 속에 가라앉았다.






Last Girl's


'00:00:30'

“노라… 당신은 저를 구해주었어요.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어요.”

나는 혼잣말처럼 그 말을 내뱉었다. 왠지 모르게, 이 말만은 그가 듣고 싶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닿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의 미소가 떠올랐다. 아주 가까이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기억마저도 이제는 가슴에 품어야겠지.


'00:00:20'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내게 있어 신이란 존재는, 가혹한 운명의 굴레를 씌워 준 원망스러운 이름이었다. 끝없는 상실과, 그로 인한 고통. 나는 영원히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운명은 나를 노라에게 이끌었다.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허락해 주었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그것을 원망할 수 없었다.


'00:00:10'


지금의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바로 앞에 와 있었지만, 생각보다 두렵지는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더 소원이 있다면.

비록 나는 이곳에서 사라지지만,

나를 구해준 그의 빛이 영원히 사그러지지 않기를.

그리고… 만약에라도, 정말 만약에라도 그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영원히, 그와 사랑할 수 있기를.


'00:00:04'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평온했다.


'00:00:03'


“사랑해요, 노라.”
나는 아주 나지막이 속삭였다.


'00:00:02'


별들이 이 말을 전해 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의 소식도 함께 전해 주겠지.


'00:00:01'


눈앞이 빛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마음속도, 같은 빛으로 채워졌다.






Boy's


저 멀리서 거대한 빛이 나타났다.
그녀는 그 빛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빛 속으로 사라졌다.

몸에 힘이 빠졌다. 팔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눈물이 고였다.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떨어졌다.

“사랑하고 있었어요… 칼리뮤.”
진작 했어야 할 말을, 이제야 입 밖으로 내뱉었다.


「사랑해요, 노라.」


귓가에서 그녀의 대답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노래를 부르듯,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

내가 사랑한 그녀는, 그렇게 나에게 미련만을 남긴 채 다른 길로 떠나갔다.

하지만… 그녀와의 추억은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이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자.
가슴 깊은 곳에 새겨 두자.

언젠가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이 흐려지더라도,
칼리뮤와 내가 짧은 모험을 함께 했다는 사실만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했었다는 기억도,
끝까지 품고 갈 것이다.

그 사랑은 너무나도 컸고,
그 사랑은 내 마음의 처음이자 끝이었으며,
그 사랑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칼리뮤를
내 가슴에 새겨 넣었다.





칼리뮤의 사라짐과 함께,
태양계 안의 모든 것 위로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는
하나의 별이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