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그날 이후, 태양계 전역에서의 충돌은 멎었다.
어느 쪽도 자신들의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전투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명령과 구호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오르비트에서는 혁명군과 GU 정부군의 대치가 조용히 해소되었다.
무기를 들고 마주 서 있던 이들은 서로를 설득하지도, 굴복시키지도 않았다. 그저 충돌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추가 지시를 받지 못한 GU 정부군은 오르비트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실패하지도, 그렇다고 성공하지도 못한 혁명을 거친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지녔던 의의를 다시금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복수심으로 시작된 혁명이 남긴 희생을, 그제야 정면으로 마주했다.
혁명군의 지도자였던 리암은 오르비트의 권력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혁명군 해산을 선언한 뒤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곳은, 오르비트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시설 안이었다는 소문도 함께 남았다.
휴고와 펠리스는 오르비트의 생명 유지 시스템과 거주 구역을 복구하는 일에 힘을 보탰다. 훗날 오르비트는 독립된 자치 조직으로 재편되었고, 휴고는 그 안의 핵심 인물이 되어, 그가 처음 노라에게 내밀었던 손길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그와 함께 오르비트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구에서는 엘렌이 지구의 자녀가 보유한 모든 수송 자원과 통신망을 동원해, 매일같이 루나포트를 향해 수송선을 보냈다. 폐허가 된 루나포트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구조되어 지구로 귀환했다.
루나포트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이 환영받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해 보였고, 지구의 사람들은 조용히 그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무언의 용서를 보여주었다.
그해 말, 아이작이 지구의 자녀의 새로운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그의 취임사는 짧았다.
“우리는 더 이상 빠른 승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는 평화를 선택하겠습니다.”
화성에서는 GU 중앙 정부가 붕괴와 재편의 과정을 거쳤다.
무인화된 함선의 공격을 받은 GU 정부는, 그것이 자신들이 신뢰하던 로쉬가 지지른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은 조직 전체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
모든 진실이 공개된 이후, 시민들뿐만 아니라 GU의 군인들과 핵심 인물들조차 기존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진실을 은폐하던 세력들은 스스로 물러났고, 새로 구성된 임시 정부는 지구의 복원 사업과 화성에서 누적되어 온 부조리를 바로잡는 데 자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통제는 더 이상 명령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성숙해졌고, 임시 정부는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모든 사건의 목격자였던 딜런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기록은 태양계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로쉬와 코라, 그리고 한때 완벽한 질서를 꿈꾸었던 계획의 전모를 전했다.
수성 궤도 근처에서 유기되었던 대형 탐사선 코라는 화성으로 회수되어, ‘사유의 도서관’으로 재건되었다.
그곳에는 기술 문서와 함께 실패와 선택, 그리고 윤리에 관한 기록들이 보관되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다시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지구와 화성, 그리고 금성 궤도의 오르비트 사이에는 왕래가 재개되었다.
문명의 기술은 이전보다 단순해졌고, 많은 시스템이 폐기되었다.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지구로 돌아와 숲을 복구하고, 바다를 정화하며, 다시 처음부터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진보는 더 이상 확장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
얼마 후, 벨시안의 사절단이 지구에 도착했다.
그들은 살아남은 네리안들을 데려가며 단 하나의 메시지만을 남겼다.
“인류 문명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관측과 감시를 중단하겠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은, 의도적으로 남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던 그 순간을 기억했다.
태양계의 밤하늘에 잠시 떠올라 머물렀던, 밝고 커다란 별 하나.
그 별은 어느 행성에도 속하지 않았고,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의 선택이 남긴 흔적처럼,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빛이 머물렀던 자리를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별이 있던 곳을 이렇게 불렀다.
‘가장 찬란한 별’
그리고 단 한 사람,
그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이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 별이 머물렀던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칼리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