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시작 : 숫자와 문명

3-1. 수학이 왜 필요해요?(1)

by 더블윤

학교는 우리 삶에서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대표적인 배움터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을 기준 삼아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성을 정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해 간다.
학교가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 기관인지는 굳이 두 번, 세 번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장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려는 주제는 학교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배우는 교과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여러 교과목을 배운다. 그중 핵심이 되는 교과목은 당연히 언어, 외국어, 수리 영역, 흔히 ‘국·영·수’라 부르는 그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국어와 영어는 모두 언어와 깊은 관련이 있다. 문자와 언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은?
우리는 왜 수학을 반드시 배워야 하는 교과로 포함시켰을까?
단순히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기초적인 산수와 사칙연산만 할 줄 알아도 일상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 그렇다는 건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위해 우리는 수학이라는 학문을 배우는 것이 틀림없다.


이제 본격적인 탐구를 위해 질문한다.
“우리는 수학을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수학을 배우는 것, 수학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수학이 학교 교육에서 필수 교과가 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Number), 생존의 경험이 되다


고대 인류에게 ‘배움’은 곧 생존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그 당시의 모든 학문은 생존을 위한 필요, 즉 실용에서 비롯되었다.
수학 또한 인류의 생존 도구로서 그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수’를 뜻하는 영어 단어 Number의 뿌리는 ‘배분하다’, ‘구분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고대 인도·유럽 공통어(인도유럽조어, PIE) nem 또는 num에서 유래되었다.
공동체 삶을 살아가던 고대 인류에게 ‘배분’은 매우 중요한 활동 중 하나였다. 그들은 사냥한 동물의 고기와 가죽을 나누고, 채집한 열매를 나누며 공동체를 유지했다.

결국 그들에게 ‘수를 센다’는 것은 분배와 질서의 도구이자, 생존의 심장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렵·채집 사회의 인류에게 수를 헤아린다는 것은 단순한 사유를 넘어, 질서와 공존, 그리고 그것을 통한 생존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에게 문제 해결의 열쇠나 수의 심미적 특성을 음미할 여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를 헤아리기 시작한 인류는 그들의 지식을 점차 발전시켜 나갔다.
나일강 상류(콩고 북동부) 근처 ‘이샹고’라는 지역에서 발견된 이샹고 뼈는 20,000년 이상 된, 가장 오래된 수학 도구 중 하나로 추정된다. 이 뼈에는 길이를 따라 세 개의 기둥에 일련의 자국들이 새겨져 있다.
일반적인 해석에 따르면, 이샹고 뼈는 소수의 수열을 보여주는 가장 초기의 기록이거나, 6개월의 음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뼈에 새겨진 막대의 의미가 단순한 호기심이나 장식용으로만 쓰이지는 않았을 거라는 데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최근의 발견에 따르면, 이샹고 뼈처럼 막대나 뼈에 수열을 표기한 도구들이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이 뼈는 계산판이었을 수도, 측정의 도구였을 수도, 아니면 그들만의 달력이었을 수도 있다.



그 용도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이 도구를 사용한 행위가 그들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고대 인류에게 수를 헤아린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삶’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수학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이며, 그 생존의 경험은 오늘날까지 전승되어 배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탄생 이후에도 수학은 인류에게 유익하고 유용한 학문으로 활용되었다.
수학의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인 기하학은 인류문명의 필요로 인해 탄생한 학문이다. 기하학(geometry)은 점, 직선, 곡선, 면, 부피 등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그리스어 geo(땅)와 metron(측정)에서 나온 말이다. 즉, 본래의 의미는 “땅을 재는 학문”이란 뜻인 것이다.

그 당시 문명에게 땅을 재는 것이 왜 중요했을까?
그 답은 고대 문명 발흥지의 지리적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대 문명(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하 등)은 전부 강 유역에서 형성되었다. 강의 범람원이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시킬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식량을 생성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이 범람하면 비옥한 토지를 남기는 동시에 기존의 경계와 구획을 파괴하곤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이 정기적으로 범람하자 토지의 경계가 사라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강물이 빠질 때마다 토지의 넓이를 새로 측정하며 경계를 다시 설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류 최초의 문서화·체계화된 최초의 수학적 이론인 기하학이 정립되기 시작한다.

즉, 수학의 상징과도 같은 기하학은 생존 자원의 분배와 관리, 공동체 질서 유지의 핵심 기술로서 우리의 삶에 등장한 학문이었다.




문명을 지탱했던 실용학문


기하학 이후에도 수학의 발전은 그 즉시 문명의 효율을 위해 사용되곤 했다. 고대 문명만이 아니라, 가까운 우리 역사에서도 수학이 어떻게 문명을 지탱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흔히 조선시대의 과거제도라 하면 문과와 무과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을 천대했던 조선이라 할지라도 기술직, 전문직 없이는 문명을 지탱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인재를 선발하는 시험이 바로 '잡과' 였으며 그 가운데 '국가공인 수학 전문가'를 선발하는 ‘산학(算學)’ 시험이란 게 있었다.

조선의 조정에서는 회계·세무(호조), 토지 측량(공조), 역법·천문 계산(관상감) 같은 기술관 선발하기 위해 산학시험을 치렀다. 산학시험은 초시·복시·전시 3단계로 나눠 치러졌으며, 나눗셈, 세금배분, 고차방정식, 역법 문제 등이 출제되었다.
비록 조선에서는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수학을 발전시키진 않았지만, 수학은 문명 유지에 있어서 필수적인 학문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수학교과서였던 <상명산법>


그러면 조선에서 수학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활용되었을까?


첫째, 토지 관리와 세무에 활용했다.
조선은 농업 국가였기 때문에 토지를 정확히 재고 등급을 매겨야 국고가 안정됐다.
산학 관원들은 수등이척법으로 토지 비옥도에 따라 다른 자(尺)를 적용해 ‘한 결(結)은 언제나 같은 수확’이 되도록 면적을 조정했다.
이런 산법이 담긴 《상명산법》은 측량·세금 계산의 표준서였다.


둘째, 달력 제작과 천문에 활용했다.
관상감은 별과 태양 고도를 매일 관측해 역(曆)을 만들고 시간을 알렸다.
기록에 따르면, 세종은 역법 오차를 줄이기 위해 10차 방정식까지 풀게 했고, 이를 위해 수학 전문 역관을 육성했다.


셋째, 건축과 토목에 활용했다.
《상명산법》 ‘수축(修築)’ 장에는 토성 축조·수로 굴착 시 토량·부피를 구하는 공식이 실려 있다.
경복궁, 한양도성, 제방 공사에 투입된 공인과 도목수들은 이 산법으로 자재·노역량을 산정하곤 했다.


넷째, 국가 회계 업무에 활용했다.
조선의 화폐·세곡 단위는 24수가 곧 1냥이었던 것처럼, 10진법을 사용하지 않아 지금과는 달리 복잡했다.
호조·선혜청 아전들은 산학서를 참고해 미·은·포·피역 단위를 상호 환산하며 재정을 집계했다.


다섯째, 지리와 풍수, 그리고 군사 기술에 활용했다.
관상감 내 상지관은 풍수·지리 계산으로 궁궐·무덤·성지의 위치를 정했고, 군사 기술관은 화포의 포물선 궤적과 탄환 사거리를 산출했다.
산학은 국방과 국도의 길흉 판단에도 쓰였던 것이다.


조선에서 산학(수학)은 단순한 계산 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영을 지탱한 다목적 인프라였다.
땅을 재고 세금을 걷어 나라 살림을 세웠고, 하늘을 계산해 농사의 시기를 알려 주었으며, 성과 수로를 설계해 국토를 다듬고 백성을 보호했다.
산학은 곧 행정·경제·과학·군사·문화의 실무 언어였기에, 조선은 과거제·관청·산학서를 통해 그 전통을 체계화하고 전문 관료를 길러냈다.




조선을 예로 들어 살펴보았지만, 지구상 모든 문명에서 수의 계산이 이루어지곤 했다. 수학은 문명에게 있어 가장 필요로 되는 실용 학문 중 하나였다.

그들에게 있어 통치의 구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통치의 방법이었고, 통치의 방법은 수학의 힘을 빌려 체계적으로 정돈되어 나갔다.


그리고 그 필요성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라비아 숫자는 단순히 ‘수의 표기’에 머물러 있지 않다.
문명이라는 거대한 건축물은 모두 ‘수’라는 언어로 쓰인 것이니 말이다.

‘수’는 고대 인류의 생존 경험이 되었고, 이는 여타 다른 배움들처럼 오늘날까지 전승되어 내려왔다.
인류 공동체가 문명의 기틀을 닦고 발전시켜 나가는 동안, ‘수’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동행해 온 존재이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우리는 수학을 배우며 문명의 존속과 유지를 위한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그러나 아직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국가와 문명에게 수학이라는 배움이 필요한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개인적 차원에서는 어떨까?
다시 말해, 내가 수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의문의 답을 찾아 ‘수학’을 향한 다음 장을 열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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