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는 것. 이건 과로가 아니라 뇌의 본능이자 특기라서 과로에 대한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다. 뇌는 휴식 대신 낮 동안 겪은 일들을 정리하고, 선별해 기억 속에 저장하는 일이 더 적성에 맞나 보다.
뇌가 기억을 확고히 하는 방식은 수채화를 그리는 과정과 비슷하다. 물 번짐을 막기 위해서 기다림이 필요함을 안다. 제빛으로 발색하려면, 물감이 가라앉고 굳는 시간이 필요함을, 기억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뇌는 물리적인 크기는 정해져 있어도, 저장하고 연결하는 능력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 유연하고 강력한 뇌를 더 잘 부리는 법을 생각해 본다. 뇌과학자들은 잠이라는 의외로 간단한 답을 내놓는다. 잠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 뇌는 더 많이, 더 체계적인 뉴런과 시냅스를 가질 수 있다.
뇌를 쉼 없이 일하게 만드는 신호는 읽고 질문하는 것이다. 뇌는 마치 밤샘 비서처럼, 질문과 정보를 정리해 기억의 길목마다 배치한다.
뇌가 개미집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여왕개미를 키웠는데, 개미들은 흙 속에 방을 파고 길을 낸다. 개체가 늘어날수록 방도 많아지고, 구조도 복잡해지는데, 개미들은 각 방을 정확히 찾아간다. 정보와 기능이 정교하게 분화된 그 모습은, 뇌의 작동 원리와 닮아있다. 정보가 흡수되면 그에 맞는 방을 만들고, 기억이 많아질수록 연결되는 고리가 길처럼 복잡해진다. 그 방들은 필요할 때마다 열리고, 닫힌다.
잠들기 전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뇌에서 처리하는 유의미한 기억과 보존할 가치가 달라진다. 그 시간이 뇌를 위한 골든타임이 된다. 나는 뇌 운동이 불러오는 연관성의 근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유의미한 기억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다. 그래서 그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면서도, 그 절망조차 뇌에 맡길 뿐이다.
잠들기 전의 질문, 그때 뿌려진 생각의 씨앗은 밤새 자랄 것이다. 아침이 오면 기억과 아이디어의 열매는 분명히 어딘가에서 맺히고 있다.
체험적으로 안다. 꿈은 종종 낮 동안 미처 풀지 못한 수수께끼의 열쇠를 쥐고 나타난다는 것을. 깨어 있는 동안엔 돌보지 못한 생각들이, 잠이라는 암묵의 공간에서 비로소 활발해진다. 밤새 글이 써졌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사라져 버린 적도 많았다. 그 글은 사라진 게 아니라, 뿌옇게 다소 흐릿하게 뇌의 방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으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