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단상
새벽잠이 길었다. 의식은 미끄러웠다. 집안 가득 타일을 둘러쳤고, 나는 거대한 욕조 안에서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날은 흐렸고, 서둘러 불을 켜자 소리는 먹먹하게 갇혔다.
앙다문 입술 사이로 소리 대신 공기 방울이 터져 나왔다. 숨을 쉬어야 했고, 창을 열어야 했으나, 나의 아침에는 여닫을 수 있는 창이 없었다. 숨이 천천히 식어갔다. 벽타일을 더듬어 겨우 작은 쪽창을 찾아냈다.
창밖에는 바쁜 걸음 도장을 찍는 누군가의 손에 얼음 커피가 들려 있었다. 그를 깨우기 위해 아침부터 출렁거리는 얼음 속 커피는, 목구멍을 타고 심장을 적실 것이다. 요동치는 혈관이 졸음을 흔들어 깨운다. 단막극의 배우처럼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는 그의 발걸음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일상에서 오묘하게 안정돼 보였다.
붉게 칠한 보도블록엔 폭약처럼 잎이 떨어지고 있다. 가방이 커다란 아이는 나폴거리는 잎을 보며 날파리를 쫓듯 피해 간다. 낙엽의 순간은,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은 여인의 손안 다이어리로 파고든다. 행을 바꿔 적은 단문마다, 보고픈 마음이 꾹꾹 눌려 있다.
아직 창을 열지 못한 나는 물속에서 거친 숨을 쉬고 있다. 주홍빛 비늘을 걸쳐 입은 나는 자유로운 지느러미를 가진 무엇이었다.
온몸에 덕지덕지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채로는 싫다. 물의 미세한 떨림으로 호흡하는 나는, 싱싱한 허파로 숨 쉬고 싶어진다. 금붕어가 아닌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이리도 간절한 것이었구나. 거저 주어진 하루를 버려지는 낙엽처럼 두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 미세한 물결에 녹아 비늘을 파고든다. 말은 말이 되지 못하고, 우물우물 씹혀 삼켜지지 않은 채 입안에 가득하다.
"푸아~~!"
겨우 잠에서 깬 나는 달게 숨을 쉬었고, 소금 양치질을 했다. 썩지 않는 소금으로, 빛과 동등한 소금으로, 텁텁한 아침을 문지른다. 창을 열어 소금을 날린다. 구석마다 흩어진 알갱이가 세상의 상처를 지운다. 부지런한 신이 하늘에서 빛을 고루 뿌려 상처를 아물게 하듯이.
신의 말씀은 매일 아침 새소리에 실려 온다. 울음주머니를 간직한 새들은, 가슴 안쪽 주머니에 차곡차곡 말씀을 받아두었다가, 새벽의 창공을 가를 때 세상으로 쏟아낸다. 신의 축복이 새들의 비상에서 후두득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다. 목울대가 울렁거리고 눈물이 차오르려는 것을, 겨우 어금니를 깨물어 참았다. 이것은 삶의 통증이고 기쁨이다.
소나기를 몰고 오던 구름은 느릿느릿 북진하고 있다. 삶의 안쪽으로 끌어당겨진 당신과, 어릴 적 당신이 굴리던 굴렁쇠처럼 오늘이 둥글게 굴러가고 있다. 바삐 달려가는 앰뷸런스는 시든 꽃을 살려낸다.
숨이 차게 달려온 생명은, 올해의 개망초와 쑥부쟁이를 기억하겠지. 아무 일도 없던 듯, 그러나 모든 것이 지나간 자리에서. 그들의 안부가 바람 속으로 흩어지고, 들뜬 소나기가 하늘의 맥박처럼 내린다. 10월은 묵묵한 심폐소생으로 분주하다.
너무 오래 기다린다고 바람을 원망하지 마라. 가을은 골목을 돌아, 가파른 달동네를 찾아가는 마을버스처럼, 외로운 당신을 데리러 갈 것이다. 하늘에 가까운 동네에 살며, 황홀의 기억이 시들지 않도록 시를 써라. 그리움에 지친 당신의 속살 곳곳으로 시가 녹아들 것이다.
느리게 시집을 읽는 아침에는, 왠지 외롭지 않다. 통증은 관절마다 맺혀서 걸음을 멈추게 해도, 시의 은유 아래서는 견딜 수 있을 것만 같다. 하루가 저물면 북풍이 불어오고, 국화가 진 자리마다 가을은 더 깊어질 것이다.
잠시 금붕어였던 시간을 떠올리며, 숨을 들이마시면 가슴이 들썩거리는 인간으로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시간을 지켜 피어난 꽃들이 이 시절을 온전히 누리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