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한 말

by 이채이


폭풍 같은 비가 들이칩니다. 버드나무 두 그루는 감다 만 머리를 마구 흔들어대서 머리칼이 엉켰습니다. 멀리 하늘에서는 천둥도 번개도 함께 내려옵니다.

거리는 행인들이 걸음을 고립시켰고, 나는 일 보 전진도 못 한 채 당신에게 갇혔습니다.


봄의 시작은 사랑의 처음처럼 격렬하게 쏟아집니다.

당신이 보고 싶다고 쓰려다 그만두었습니다. 신문마다 당신의 얘기로 가득해서 차마 넘길 수도 없습니다.

기댈 수조차 없는 무력감으로 창밖만 응시했습니다. 산수유가 꽃을 가득 피운 걸 아느냐고, 수북하게 날리는 금빛 광채를 허탈히 바라본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만두었습니다. 당신이 언제 내 말을 들어주었던가요.


나는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터뜨릴 수 없습니다. 잠든 별마저 다 깨도록 밤새 방문을 두드릴 테니까요.

내 안에 당신이 일어날 때처럼 잔잔히 다가오길 바랐건만, 도무지 막무가내인 당신.

당신은 문을 열고 들어오지 마세요. 문틈으로 새어드는 향기처럼, 그리 와야 합니다.


목련을 보러 오라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북풍을 데려온 당신 탓에, 멍든 가지들이 더욱 움츠러들었으니까요.

나의 기다림은 응어리가 되었습니다. 이유는 비탈길을 뒹구는 자전거 같은 당신의 성급함 때문입니다.

돌부리에 부딪히며 구르는 당신 때문에, 나는 더 울퉁불퉁해졌습니다.

강변을 질주하며 꽃가지를 꺾어가는 당신이, 또 맘을 흔들어댑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당신이 격렬하게 흔들어 댄 봄이 겨우 일어나 정신을 차립니다.

당신이 떠나고 나면 세상은 고요해지고, 비로소 나비는 깨어납니다.

세상은 정해진 차례대로 머물다 지나갑니다. 겨울이 곧장 여름을 데려오지 않듯이, 봄은 겨울을 살며시 떠나보내고 흙냄새를 맡습니다.

제비꽃이 잎을 내면 고사리가 땅을 뚫는 기적 앞에, 나는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거리의 청소부가 묵묵하게 새벽을 쓸어냅니다.

스르르-사악사악 스르르-사악사악. 어둠의 부스러기 같은 당신의 흔적을 모았습니다.

정신이 든 목련이 이제 몸을 추스릅니다. 젖은 가지를 털어내며 옷매무새를 다듬습니다.

피어날 순결을 고르느라, 목련은 떨고 있습니다.


그 떨림이, 나의 그리움을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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