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날들

by 이채이

잔잔한 파도가 해변의 몽돌을 쓰다듬듯이 요즘 나는 나의 어깨를 자주 토닥거린다. 더러 진정되지 않는 날도 있다. 내가 손바닥으로 나의 가슴이나 어깨를 쓸어 줄 때, 심장은 한결 덜 들썩거린다. 그 손길에는 머리를 쓰다듬는 것과는 다른 촉감이 있다.


머리를 어루만지던 그 손은 크고 거칠었으나 순종하고 싶은 촉감이었다면, 어깨를 다독이는 손은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밑동을 덮어 주는 잎이 땅에 대해 가지는 예의처럼 손은 가슴에 어깨에 살짝 따뜻한 것을 놓아두고 온다.


이것은 긴 시간 홀로 서야 했던 내가 나를 위해 만든 것이겠지. 견뎌야 하는 순간이면 나는 누군가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싶어진다. 어깨에 닿는다는 것은 내 떨림까지 내려놓겠다는 고백 같은 것이다. 머리를 기대는 순간은 눈을 감고 털어놓고 싶어진다.

고백은 쉽지 않고, 때로는 위험하다.

그런 순간이면 나는 나를 안아주고, 나를 톡톡 건드려준다.


누군가에게 내 어깨를 내주고 토닥여주는 것의 무게는 크다. 그러나 내가 나를 안아주고 가만히 품는 것은 사소하고 작다. 이 사소한 장면에 호흡이 골라진다.

내가 오래 마음에 담아두는 것은 이런 작은 것들이다.

터진 홍매 앞에서 눈을 감고 향기를 삼키는 일이나, 바닥에 널린 붉은 꽃을 주워 화장하는 일이나, 유리창에 부딪힌 작은 새의 온기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 환절기에 재채기가 심해지는 친구의 하루를 걱정하는 일.... 차곡차곡 포개진 하루의 일부처럼 나와 네가 나부낀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말없이 사라지고 있다. 백합 알뿌리 묻힌 곳에 시멘트 길이 덮이고, 갯벌을 메워 만든 땅에 철새가 오지 않는 일. 오래 도시에 살던 나무가 어느 날 사라지는 것, 아름다운 이의 기부가 쉬이 잊히는 것....


작은 것을 기억하려 한다. 소소한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차츰 줄어들고, 중요하고 요란한 사건만 남는다면 우리는 눈앞에 있는 기쁨조차 지나쳐야 할 장애물쯤으로 여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잘 넘고 있는 건가, 가는 겨울에게 물어본다.

오는 봄은 턱없이 낮게 당신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렇게 삼월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너여야 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