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말을 적었다

by 이채이

책친구 모임을 했다. 서로 낯선 우리가 한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놓여 있었다.


모임의 사랑스러운 멤버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류는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이다. 부드럽지만 정확한 목소리처럼 얼굴도 단단하다. 석고 데생에 어울릴 아름다움이다.


한은 다부지고 서글하며 차돌처럼 빛난다. 가끔 그 단단함 앞에서 나는 말수가 줄어든다. 깨뜨리면 다이아몬드가 나올 것 같은 사람이다.


토는 세상을 향해 돌진 중인 소심쟁이다. 낯가림은 문턱일 뿐, 마음에는 사랑이 넘친다. 부딪힌 고충을 글로 풀어낸다.


기는 군더더기가 없다. 거짓도 계산도 없다. 몇 마디만 나누어도 마음이 맑아진다.


아이 셋과 부모를 돌본다는 오가 “옛 노래만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그 말 뒤에 하루의 무게가 따라왔다. 나는 괜히 휴대전화 속 플레이리스트를 떠올렸다. 더는 묻지 않았다.


고는 가장 어리다.

“어쩌라고?”를 꺼내며 웃는다. 그녀가 말하면 고개가 따라 움직인다.


박은 차분하다. 오래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의 든든함이 있다.


나는 오래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

차와 인절미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책장을 덮고, 나는 질문을 밖으로 꺼냈다. 그러나 나는 내게 답하지 못했다. 시선만 종이 위에 머물렀다.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나로 산다.” 그 말은 가볍지 않았다. 나는 그 말속에서 ‘회복’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재미, 호기심, 오늘뿐이라는 각오. 각자의 단어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우리는 서로를 설득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끄덕였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 말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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