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모래톱으로 날아와 발도장을 찍는다. 푸른 물의 인주를 한가득 묻혀서 모래 위에 새긴다. 아이들이 두 손을 이마에 모아 콩콩 세배를 한다. 두 손으로 세뱃돈을 받아 들고 아기 오리처럼 뛰어간다. 설날을 어린아이들로 채울 수 있어 새의 노래만큼 경쾌해진다.
아주버님이 어머니를 위해 품에 안고 왔다는 쪽파 화분은 거실 한켠에서 가장 푸르고 싱그러웠다.
명절은 늘 최상급으로 차려진다.
가장 좋은 것을 올리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고, 가장 따뜻한 말을 건네는 날.
굴을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떡국을 끓였다. 아이들은 젓가락으로 굴을 골라내고 떡국만 건져 먹는다.
좀 더 크면 먹게 될 거라 말했지만, 그 자리가 잠시 어색해진다.
하루 일찍 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간 만나지 못한 가족들의 이야기 너머에서 나의 마음이 조용히 걸어 나온다. 우울증이 좋아졌다는 형님의 부은 얼굴과 박사를 마친 조카의 불안한 미소에서, 말해지지 못한 것들은 서로의 시간에 닿지 못한다.
가장 좋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과즙이 입술 밖으로 튄다. 두 입술 사이로 흐르지 않도록 천천히 빨아들인다.
그 사과는 세상에서 가장 사과 같은 사과였다. 과일 접시에서 손이 잘 가지 않는 배를 어머니는 맛있다며 드신다.
굴을 골라내는 아이와 남은 배를 드시는 어머니가 같은 상에 앉아 있다.
우리는 그 자리를 지킨다.
어머니는 자꾸만 쪽파 화분을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