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엎은 꽃밭에 새들이 날아왔다.
눈치도 보지 않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연신 흙을 찍어댔다.
푸슬한 땅에서 겨울을 난 것들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후투티와 까치와 까마귀와 비둘기가 싸우지 않는다.
휴일 공원에 모여든 사람들처럼,
꽃밭에 모여든 새들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
나무가 옷을 벗는다.
가지 끝이 달궈지고 봄을 펌프질한다.
가려운 몸을 견디지 못한 나무는 수피를 벗는다.
부스럼 같던 각질을 털어내고 가지마다 손톱을 다듬는다.
겨울 눈 속에 숨어 있던 산수유 주머니가 터지면
황금가루가 떨어진다.
봄은 그렇게 착실하게 터지며 온다.
추운 기억을 덮어 두면서.
봄은 보고 또 보아야 하기에
봄이라 말하련다.
잊고 지냈던 사람의 사진을 펴 봄.
함께 나누었던 홍차를 떠올려 봄.
그러고도 가슴이 아팠나 봄.
마음이 추운 계절이었다.
대문 우유 봉투에 넣고 간
하얀 조약돌과 구슬사탕 같은 하찮은 것을
기억하려나 봄.
나의 봄은
아직 오는 중인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