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라는 것이

by 이채이

기도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도란 노력 없이 조르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늘 신에게 빚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도가 없어도 잠을 잘 수 있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으로 꽉 찬 날들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전설처럼 아득해졌습니다. 꿈처럼 말입니다.

기도를 접고도 여전히 잠들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요즘은 가끔 기억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당신을 기억하게 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나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신의 미움을 받아 기도를 들어주지 않도록 말입니다.


이것은 시가 아닙니다.

기도하지 않겠다는 기도입니다.


그런데 잘 되지 않습니다.

기도라는 것이

원래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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