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향에 이끌려 차를 세웠다.
볕이 제법 따가웠다. 묵은 논에 자운영이 가득했다.
논두렁에 내려섰다. 걷는 길이 폭신했다.
보랏빛 위에 발끝을 가만히 얹었다. 발바닥이 조금 붉어졌다.
산자락마다 진달래에 꽃물이 들었다. 한 입 먹어볼 마음을 품고 산으로 접어들었다.
꽃을 꺾으려니 손끝이 뜨거워졌다.
멀리서 산불 감시원의 호루라기 소리가 공간을 가르며 울렸다.
산불조심, 산불조심.
손이 움찔했다. 살이 데일 뻔했다.
고개를 숙이니 바닥 가득 냉이가 일었다. 냉이를 말할 때면 입술이 얼어 냉랭해진다.
냉이.
사람의 이름에 '이'를 붙여 다정히 부르듯 천천히 소리 내본다. 지선이, 미경이, 효경이, 그리고 냉이.
연락처에 남아 있으나 한 번도 전화를 걸지 못한 이름도 그 안에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냉이는 납작하게 엎드려 퍼지고 곧게 땅속으로 파고든다.
바람이 불면 잎이 가볍게 흔들린다.
꽃대를 올린 냉이는 이제 먹지 못할 것이다. 사람의 손에서 멀어진 하얀 꽃을 잠시 바라본다.
냉이꽃은 타버린 재처럼 봄 위에 흩어진다.
산불요원의 감시는 느슨해 보였다.
꽃들의 개화 경로를 따라 산불은 북쪽으로 옮겨가고
바닥에는 조금씩 재가 쌓인다.
계절을 지나치지 못한 마음에도
이미 불길이 번지고 있을 것이다.
손을 잠시 내려다본다. 가만 뻗는다.
불길을 식혀볼 마음으로 냉이꽃을 훑어 된장국에 넣는다.
뜨거운 것이 들어간 속이 시원하게 풀렸다.
국에서 들냄새가 진하다.
열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PS.
봄의 열이 몸에 남아 있는 날,
나는 냉이꽃으로 마음을 식혀 보았다.
*사진은 '여유와 행복'님의 것 편집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