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는 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상판 하나에 두 자리가 붙은 긴 책상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짝을 바꾸던 날이 있었다.
유순하고 맘이 고운 아이와 짝이 되면 한 달이 금세 지나갔다. 하지만 성질이 사납고 말이 거친 아이와 앉으면 같은 책상 위에서도 사이가 멀었다.
책상엔 누군가가 그어둔 선으로 어지러웠다. 조각칼로 도려낸 듯 골이 깊던 초록색 책상은 늘 어떤 아이에게는 넓고 어떤 아이에게는 좁았다.
선생님이 어떤 생각으로 짝지를 정했는지 알 수 없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옆에는 못하는 아이가, 성질이 드센 아이 옆에는 얌전한 아이가 앉았다.
아이들이 유독 싫어했던 아이가 있었다. 대영이.
대영이는 엄마가 없었고 까까머리에 입냄새가 났다. 공부도 못했다. 옷은 늘 지저분했다. 가난이나 불행은 쉽게 눈에 띈다. 모두가 아는 비밀처럼.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 척하면서도 한 걸음씩 물러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선이 하나 생겨난다.
그 아이와 짝이 되면 선을 두 개씩 그었다.
가운데 경계선을 긋고, 거기서 조금 더 떨어진 대영이 쪽에 선을 하나 더 그어 두었다.
책상 위에 비무장지대 하나가 생겼다.
대영이에게는 당연한 일이었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차별처럼 느껴졌던 그 빗금 하나.
그 빗금 하나가 사람 사이에 놓인 마음의 거리처럼 보였다. 그 거리가 책상 위에 있었다.
나도 대영이와 짝을 한 적이 있다. 음식물이 낀 이가 누렇고 입가에는 침이 말라붙어 있었다.
"대영아, 아침에 올 때 수돗가에서 세수하고 와. "
그 아이는 눈을 크게 뜨더니 잠시 머뭇거렸다. 이내 달려 나가 세수를 하고 왔다. 그러곤 웃어 보였다.
그 누구도 대영이에게 세수를 하는 게 좋겠다고 옷이 더러우면 빨아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나 보다.
대영이는 지우개가 선을 넘어가도 더는 자기 것이라 우기지 않았다.
예전에는 공책이 조금만 넘어가도 거칠게 낙서를 하던 아이였다.
나는 책상에 새겨진 비무장지대를 해제했다.
선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영이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져 남아 있었다.
*사진은 '김석현 대표'의 것을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