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 일시불은 없다

by 이채이

가까울수록 소홀해지는 사이가 있다. 관심이 익숙해지고 이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려니'하는 마음은 '당연'에서 생기는 실금 같은 것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던 실금 사이로 서운함이 배어 나온다. 찐득하게 흘러나오는 것을 알아차리면 아직은 늦지 않았다.


세상에는 깨졌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는 것이 있다. 깨진 뒤에 어떻게 다루었는지에 따라 남는 것이 달라진다.

깨진 찻잔을 금으로 이어 붙이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킨츠기’라 부른다.

사발이 깨졌을 때 버리거나 감추지 않고 금으로 이어 붙인다. 깨진 자리를 따라 금빛이 드러난다.


나는 깨지고 금 간 관계를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무례했음을 사과하는 일은, 깨진 찻잔을 이어 붙이는 일과 닮아있다. 깨진 틈을 메운 금빛은 인연을 더 오래 이어준다.


가격표를 붙일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서로를 세상에 단 한 점뿐인 예술품처럼 여긴다. 당신을 누군가로 대체할 수 없음을 잘 안다. 뭉크의 태양이나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앞에서 어쭙잖은 가격을 운운하지 않듯이 우리 사이는 그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래된 것들을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되었다.

나는 깨진 접시를 붙여 쓴다. 그렇게 이어 붙인 것들은 주로 벽이나 선반에 놓인다.

바람이 심한 날, 남편이 창문을 닫다 건드린 장식 접시는 볼 때마다 그 배려의 마음을 생각게 한다. 귀가 떨어진 리모주 수프볼은 아름다움과 실용과의 거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상처 입은 많은 것들이 내 곁에서 말을 걸고 가르친다.

부부 싸움으로 시큰둥하던 옆집 부부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내가 깨진 접시를 다시 붙이는 이유는 상대의 마음을 그 안에 담아 보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에 일시불은 없다. 가깝다는 이유로 소홀하지 않는 것이, 값을 채워가는 일이다.

어제도 성실하게 하루치의 마음을 적금했다.

오늘은 당신에게 조금 빚지고 싶다. 그 마음을 감사로 말려 곁에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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