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의 밀도

by 이채이

사람의 몸은 실은 텅 비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감각적으로 꽉 찬 몸도 물리학의 언어를 빌리면 비어 있다.

원자의 핵과 그 주변에 전자가 흐릿하게 퍼져있다. 핵과 전자는 빈공간을 사이에 둔다.

나는 무수한 공간의 합으로 완성되었다.

나는 나를 채우는 것을 보지 못한다. 다만 당신과 나 사이를 본다.

당신이라는 핵은 나 같은 전자를 끌어당긴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전자의 움직임처럼 사이가 만들어낸 거리에서 서로를 확인한다.

당신과 나의 관계는 핵과 전자의 확대판이다. 사이의 가까움은 물리적 거리에 비례하지 않는다.

나는 사이가 만들어내는 감정들을 들여다본다.

사랑과 우정, 그립고 아쉬운 마음이 형체도 없이 그 사이로 흩어진다.

사이로 쏟아진 마음은 당신에게 닿기도 하고 튕겨 나오기도 한다.

움직이는 모든 것에는 빈틈이 있다.

추운 날 스카프를 두르는 이유는 겹겹이 둘러진 틈 사이에 온기를 잡아두기 위함이다.

우리가 껴안는 이유도 사이의 줄여 관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사이에 햇볕이 들고 그림자가 든다. 공기는 흐르다가 멈추고, 충돌하며 흩어진다.

내가 끌어안았던 건 당신이 아니라 우리 사이의 공간이었다.

36.5도의 체온이 닿으며 덥혀진 공기가 잠시 머문다. 생명은 그렇게 사이마다 고여 있다.

제 때에 도착한 절기를 맞는다.

겨울과 봄 사이에 끼어 있던 두툼한 겉옷이 스르르 녹았다.

고양이의 낮잠이 길어지고, 우리는 자주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불확정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

봄의 농부는 간격을 생각하며 모종을 심을 것이다. 사이사이 바람의 길을 내면서.

텅 빈 당신을 텅 빈 내가 안아본다. 바람이 바람을 감싸 안듯이.

꽉 껴안아도 사이는 여전히 비어 있다.

우리는 그 빈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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