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일. 나는 매일 아침 외간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고명환 작가다. 긍정확언을 듣고, 그 말속에 깃든 삶의 인사이트를 곱씹었다. 처음엔 출석부에 도장을 찍는 기분으로 내용을 요약하는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언어로 짤막한 글을 쓰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한 꼭지 분량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이걸 왜 매일같이 하고 있는 걸까. 습관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글이 좋아서일까. 분명한 건 매일 글을 쓰는 나는 조금씩 ‘진짜 작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 길 없는 풀숲 앞에 섰다. 누군가 지나간 흔적 없는 풀숲. 이제 나는, 남이 닦아놓은 길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내기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은 누군가의 말에 기대어 썼다. 이제부터는, 나의 언어로 시작하려 한다. 고명환 작가님의 말 중에 마음에 남은 문장 “나만의 길을 만들어라.”이다.
나만의 길. 그건 내가 버리고 싶었던 과거의 그림자를 달고, 그것을 떳떳한 문장으로 빚어내는 일이다. 내가 읽었던 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가장 불행했던 시절을 고백했다. 실패, 우울, 외로움, 자격지심, 좌절, 고통. 그 무거운 것들을 용기 있게 끄집어내 글로 남겼다. 그리고 그 글은 누군가의 삶을 위로했다.
카뮈는 “글이란 마음의 붓으로 진실을 그리는 일이다.”이라 했다. 그렇다. 진실이 묻어나게 그리지 않으면 독자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작가는 잘난 이야기보다 못난 과거를 품은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 어떤 상처로 주저앉았는지, 다시 어떻게 일어섰는지를 써야 한다. 그 고백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히 ‘작가’라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나는 나를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대신, 그 과거를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싶다. 그 시간들이 현재의 나를 어떻게 밀어 올렸는지,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 글로 청산하지 않으면 영영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이야기들. 이제는 나를 위해, 그리고 언젠가 내 글을 읽을 누군가를 위해 꺼내 놓으려 한다.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 자는, 그 과거에 갇히게 된다.”는 누군가의 말을 기억하며, 나는 갇히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쓴다. 누구도 가지 않은 풀숲 속으로, 길을 만드는 심정으로, 단어 하나씩 심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언젠가 누군가가, “당신의 글 덕분에 나도 내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그렇게 말해주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