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라는 책은 통계 전문가가 쓴 뇌과학책이라고 해야 할까 심리책이라 해야 할까. 이런 구절이 있다.
"삶을 게임에 비유하자면, 체스가 아니라 포커다. 체스는 완벽한 정보가 주어지면 원칙적으로 완벽한 해법이 있지만, 포커를 칠 때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할 뿐이다."
삶은 원칙적 해답이 없는 포커와 같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저자 톰 치버스는 우리가 즐기는 일명 '고스톱'이라는 국민 보드게임을 전혀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포커보다는 '고스톱'이 많은 측면에서 삶과 맞닿아 있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포커는 심플한 베팅 게임이지만, 고스톱은 확률과 감정, 타이밍과 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게임이다. 이 점에서 고스톱이 삶의 복잡다단함과 더 닮았다. 단조로운 직선처럼 시작된 게임은, 예기치 못한 선택과 사건으로 인해 갑작스레 곡선을 그리며 방향을 틀기도 한다. 이는 삶의 기울기를 뒤흔드는 고스톱의 정체성이다.
고스톱은 48장의 정렬된 패에다 변수 2~3장을 끼워 넣어 시작하는 것이 국룰이다. 누군가의 인생에 대박 순간을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쪽박이 될지도 모를 변수 패 3장을 끼워 넣는 것이다. 이전 게임에서 1등 한 사람이 딜러가 된다. 공평하게 패를 분배하고, 바닥에 패를 깔고, 뒤집어 쌓아 두는 패를 정돈한다.
고스톱이 인생과 닮은 점을 생각해 보자면, 내가 받는 패는 정할 수 없다는 것인데 내가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바닥에 깔리는 패와 쌓인 패는 환경이다. 환경은 내 패가 좋은 것만으로 바닥 패와 연관성을 찾지 못하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없고, 바닥 패가 안 좋아도 내 패와 잘 맞으면 뒤를 도모할 수 있다.
이 놀이는 정해진 순서가 있어, 선후의 인과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만 살겠다고 무작정 달리다 판의 형세를 보지 못하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주변을 살피고 패를 쥔 게이머의 심리를 추측하면서 전진해야 한다.
50여 장의 패 중에는 나에게 쓸모없는 것이, 상대에게도 늘 쓸모없는 것이 아닌데 이는 우주의 이치를 생각할 때 자연스럽다.
쓸모없어 보이는 피도 10장이 되면 피박을 피할 수 있고, 심지어 고스톱에서 이기기 위한 결정적 자원이 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가치를 좇지 않고, 각자의 의미 있는 패를 모으는 것은 아름다운데, 다양한 방법으로 성공하는 가능태이자 계통성을 이해한 결과다.
가끔 게임이 잘 풀리면 일명 '쓰리고'에 진입하는 수가 있는데, 부자의 탄생이고 벤처의 탄생과 비슷하다. 그러나 ‘쓰리고’는 늘 위험을 동반한다. 고냐 스톱이냐, 삶은 늘 한 수를 더 볼 것인가를 고민한다. 더 가면 얻을 수도 있지만 순간의 방심은 독박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독박은 아프고 고독한 것이다.
소중한 것을 사고팔듯 게임 불참자에게는 광이나 쌍피를 팔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마지막 순번 즉 사회적 약자에게 주어지는 위로금이랄까 희망이랄까 뭐 그런 것과 비슷하다.
한 게임이 끝나면 점수를 정산하고 다음 게임을 준비한다. 이번 생이 끝나면 다음번 생을 기약하는 환생의 수레처럼 게임은 계속된다.
타국을 여행하다 보면 기차의 테이블 좌석에서 외국인들끼리 포커 게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꼭 '고스톱' 연장을 챙긴다. 나는 고스톱을 잘 치지는 못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가끔 즐기는 고스톱이라는 놀이를 알려주고 싶어 기차에서 가끔 한다.
외국인들의 관심은 대단한데, 다채로운 그림과 그림만으로는 추측해 낼 수 없는 게임의 룰이 그들 인식 저편에 있다는 것을 알면 그들은 절망한다. 그들에게 고스톱은 포커만큼의 단순함을 가진 게임이 아니고, 그들에게 복잡한 규칙을 외국어로 설명할 유창함을 나는 가지지 못했다.
혼자서는 48장의 패를 다 가진다 해도 즐거운 게임을 할 수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서로 나누고 즐기면서 누군가의 선택이 나에게 득이 되기도 하고, 나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대박이 되기도 하는 우연과 필연이 마구 뒤섞이는 이곳은 세상과 참 닮았다. 아무런 맥락 없이 판에 끼어들면 흐름을 방해하기 일쑤고, 정작 본인의 패도 제대로 못 써보는 신세가 된다.
함께하는 게임이 가장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 인생에서도 그렇게 재미있는 걸 함께 찾아보면 어떨까. 아침부터 고스톱에 흥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