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이제는 수요일, 토요일에 가게 되어 필라테스(라고 쓰고 재활이라고 읽는다)의 요일을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바꿨다. 워낙 몸이 안 좋은 탓에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몸이 '지금 무리하신 거예요?' 하면서 나를 죽이려고 하기 때문에 요즘 늘 큰 이벤트는 하루에 하나씩만 넣는다. 예민함이 극대화된 상태라 실패에 대한 공포가 큰 데다 안 그래도 일정이 몸의 회복 외에 몇 가지 없는데 그것조차 달성하지 못하면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라 나름의 조치라고 할 수 있겠다.
원래 빠르면 예약시간에서 10분 정도 기다리면 바로 진료에 들어가는데 오늘은 1시간을 기다렸다. 수요일이 원래 사람이 많은 요일인 건지 뭔지 모르겠다. 사람 많은 요일이라면 그냥 다른 요일로 바꿔달라고 하고 싶다.
진맥을 하는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상태가 안 좋으면 손목을 잡은 채로 별말씀을 안 하시거나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시는데 딱히 그런 기색은 없어서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진맥 끝에 나온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건강을 향한 맥박의 여정은 순항이다.
식단 조절도 잘하고 있으니 지난주와 별다른 주의사항은 없었다. 밤에 가려움증을 견디기 힘들다고 했지만 사실 한의원에서 하는 조치로는 한계가 있어서 내가 견디는 수밖에 없다.
가려움증은 나름 올빼미족인지 밤만 되면 너도 자지 말라고 나를 붙잡아댄다. 그때는 큰 효과는 없지만 온찜질로 대처해야 한다. 사실 어젯밤 내내 못 자고 물주머니가 식으면 뜨거운 물로 갈아서 찜질하다가 새벽이 돼서야 잤다. 그마저도 다섯 시에 깼지만...
집에 가려고 한의원을 나오니 병원에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습도가 확 오르고 기온이 떨어져 있었다. 비가 올 것 같았는데 집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빗소리를 들으며 녹음이 짙은 풍경이나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있고 싶었다. 아직 나돌아 다닐 체력이 안 돼서 조금 쓸쓸했다.
토피넛라떼를 사서 들어왔다. 쓸쓸함에 대한 나름의 처방이다. 한 잔 마시고 짧은 명상을 한다. (진짜 짧아서 1분은 되는지 모르겠다) 눈을 감고 몸에서 모든 게 빠져나간다고 생각한다.
악한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기를 바라본다.
추신. 요즘 뭐가 이렇게 공허한지 생각을 해봤다.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는데 나 홀로 배신당한 기분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 과거에게, 내게 다가올 미래에게.... 무기질의 시간에게 버림받았다고 내 속을 갉아먹고 있었다. 시간과 나란히 걷지 못한 자는 시간의 족적에 남은 감정을 느껴야 한다. 그게 남겨진 자의 일이다.
그러나 깨달았다고 해서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