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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태엽 Oct 31. 2024

아픈 몸 수선하기 007

7월 14일

한의원을 다녀왔다.

금요일 밤에 두통이 극심했다. 누가 머리에 드릴질 하는 것 같아서 참다가 결국 약을 먹었다. 양약은 최대한 먹지 말라고 해서 안 먹고 싶었는데 죽기 vs 치료 조금 늦어지기 당연히 후자가 맞는데 미련하게 자꾸 버티게 되더라.

끙끙거리다가 겨우 잠들었다. 한의원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면서 진맥을 했는데 체해서 그런 거라고 하셨다. 체하면 머리도 아픈가…. 아직 위가 워낙 약해서 작은 충격에도 예민한가 보다. 먹은 것 중에 질긴 게 있었냐고 하셔서 먹은 걸 말했더니 버섯이나 문어 같은 해산물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뭔갈 먹을 수 없는 게 계속 늘어난다. 조금 착잡할 뿐 이제 짜증도 별로 안 난다. 그저 좀 지겹다. 익숙하고 지겨운 만큼 체감 고통의 정도가 약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 여전히 식단 제한은 짜증 나고 약침은 따가우며 가려움증은 나를 잠 못 들게 한다.

진맥에 조급증이 잡힌다고 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 같다고….


예전에 불안은 몰아내는 게 아니라 소화해서 없애야 한다고 했던 것처럼 이것도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먹을 음식은 너무 없는데 소화해야 할 감정은 너무나 많다. 다른 의미로 먹은 게 많아서 식욕이 생기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위는 보이지 않는 감정들로 꽉 찼다.

이렇게 기록하는 것도 소화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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