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새벽부터 귀가 짓물러 진물이 멈추지 않았다. 바늘로 찌르고 긁는 것처럼 따가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앓았다. 가제손수건으로 감싸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건에 귀가 붙어버려서 울면서 떼냈다. 오른쪽 귀가 너무 안 좋아서 온찜질한다고 옆으로 누웠더니 이번엔 그나마 딱지 앉은 왼쪽까지 터져버려서 양쪽이 너무 찐득하고 축축했다. 머리카락을 핀으로 고정하고 잤는데도 달라붙어서 그냥… 짜증도 안 났다. 한숨만….
온찜질하면서 자다가 깨서 껍질이 다 벗겨진 귀에 소독약을 바르고 다시 잤다. 겉에 보호해 주는 껍질이 없으니 공기 스칠 때마다 저미는 느낌이라 너무 괴로웠다. 움직이기만 해도 공기에 스치는 섬뜩한 느낌이 정말 지긋지긋하고 끔찍하다.
겉껍질이 벗겨진 상태의 따갑고 시린 고통은 설명하기가 어렵다. 싫다는 말만 나온다. 의사는 가려움이나 고통을 관찰해서 분석하라고 하는데 시도는 해보지만 그냥 괴로움에 눈만 돌아간다.
그나마 자고 일어나니 얇게 껍질인지 딱지인지가 생겨서 살만했다. 한약재 우린 물로 몸을 닦고 조금 쉬다가 한의원으로 갔다.
음식 조절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 조금 나아지면 자꾸 딴 길로 새는데 나처럼 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뿌듯했다. 무난하게 노력해서 나아지는 게 아니라 사실 매일 충동에 시달리고 있어서 식단 조절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새삼 뭐든 쉬운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잘하고 있다면 그 아래에는 큰 노력이 들어가 있다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원래라면 8월이면 약을 그만 쓸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몇 주째 상태가 안 좋아서 또 한약을 처방받았다. 그래도 맥 상태가 좋아서 식단 유지 잘하고 변수만 없으면 다음 주에는 상태가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바꿀 수 없는 걸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하라는 말을 되뇐다. 약을 먹어야 한다는 명제는 바꿀 수 없으니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는 잘 먹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본다. 부정적인 것들은 몸에 열을 만들어내고 그건 또 소양증을 유발한다.
저번에 의사가 병을 극복하면서 얻어 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자신에 대한 이해라고 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이런 맥락이었다. 나에 대해 알고 다른 역경이 들이닥쳤을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나 극복 루틴은 잘 모르겠고 가족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 덕이 크다. 귀찮을법한데도 내색 하나 없이 엄마와 호적 메이트는 나를 챙긴다.
저번 주에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내가 너무 상태가 안 좋았을 때 병원을 혼자 간 적이 있었다. 엄마가 일을 하러 가야 하셔서 같은 버스에 탔다가 중간에 먼저 내리셨는데 창밖에서 버스 안에 있는 나를 보다가 울먹이시던 게 기억난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엄마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혼자 어떻게 보내냐고…. (물론 나는 성인이라 혼자 갈 수 있다) 그 표정 보는데 나도 울고 싶었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실 때마다 엄마가 너무 안쓰럽다. 제대로 못 움직이는 나를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미안함까지 가지는 엄마가 마음을 좀 내려놨으면 좋겠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마음이다. 종종 가족 전체가 함께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