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계속 스테로이드 복용 중에 있다. 그런데 근 3일 전부터 상태가 스테로이드를 먹기 전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낮에는 좀 괜찮은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새벽시간대에 가렵고 전기를 쏜 것처럼 따갑다. 손톱으로 자꾸 긁는 게 누적되니 손톱에 자꾸 피부가 파인다. 의식이 겨우 잠에 조금 빠져들면 나도 모르게 긁게 돼서 막을 수가 없다….
다시 몸이 스테로이드의 독소를 견디지 못하는 건가?
벌써 효과가 떨어졌나?
한의원에 가면 위장이 잘 견디고 있다고 하는데 왜 이러는 건지 온갖 두려움이 몰려왔다. 치료 시작한 이후로 겁쟁이가 다 됐다. 원래 겁쟁이였는데 티 낼 일이 없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내가 마음이 호수 같았다면 조약돌이 마음에 떨어졌을 때 그냥 작은 파문으로 그쳤을 텐데 좁디좁은 웅덩이만도 못해서… 돌 하나 떨어졌다고 재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혼비백산이다.
결론은, 전조증상 하나 없이 바로 터진 생리가 문제였다. 생리가 터지기 전후로 몸에 열이 챈다. 열이 차면 바로 피부 장벽이 무너진다. 이번 달에는 그냥 스쳐 지나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예고도 없이 이러니까 여러모로 속이 복잡하다.
한의사 선생님이 맥을 짚어보시더니 사나흘 정도 상태가 안 좋다가 생리가 끝날 때가 되면 다시 회복될 거라고 했다. 그때가 기회니까 많이 회복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스테로이드도 같이 복용하면서 여러모로 계속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니 며칠만 고생하고 빨리 회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리도 문제지만 상태가 안 좋은 부위들은 자꾸 감각이 무뎌지는 것도 문제다. 발목과 손목이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오금 쪽을 전기로 콕콕 자극해 보시더니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고통은 안 느껴졌다. 이쪽도 상태가 안 좋다고 하셨다.
어젯밤은 새벽이 되기 전부터 상태가 안 좋았다. 원래 오늘 공기 좋은 친구 집에 쉬러 가려고 했는데 친구 집에서 긁어대고 괴로워하면 너무 큰 민폐일 것 같아서… 남의 집 병실 만들기 싫어서 약속을 취소했다.
내일은 바람 쐬러 바닷가에 가고 싶은데 아마 무리겠지. 파도가 보고 싶다. 가만히 파도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