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지 1주일이 되었다. 한의원에서는 침 치료, 피부과에서는 광선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밤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위장이 많이 상했을까 봐 걱정하며 선생님을 기다렸다. 다행히 위장은 괜찮았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며 몸이 무너질 경우를 염려하고 있었는데 아직까진 몸이 견뎌주고 있다. 한의사 선생님이 며칠간 피부과에서 주는 정량을 복용하고, 몸이 더 안정되면 양을 줄여보자고 하셨다. 아직까진 밤이면 팔뚝과 귀가 아파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눈꺼풀 피부가 약해서 눈 통증이 심하다. 귀와 눈, 팔뚝을 말씀드리자 전기 자극으로 회복력을 유도하는 처치를 해주셨다. 약 덕분에 진물이 질질 흐르는 상황에서 벗어났지만 약을 끊자마자 상태가 악화되었던 게 지난주라, 줄이거나 끊겠다는 말이 무섭다. 다시 그 상황에서 버틸 자신이 없다.
그리고 한약이 다 떨어져서 새로 처방받았다. 8월쯤이면 한약을 끊어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던 게 7월인데, 벌써 10월 막바지가 되었다. 연말이면 식단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점점 가능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음식에 대한 집착은 많이 없어져서 조금 아쉽기만 한 정도다.
얼마 전까지는 한의원에서야 그나마 편한 쪽잠을 잤었는데 이제는 그 정도로 잠을 못 자는 수준은 아니라 침을 맞고 조금 쉬다가 나왔다.
피부과 점심시간이 겹쳐 집에서 쉬다가 피부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이 상태를 보더니 아직 많이 안 좋아서 당분간 약을 끊을 수는 없고, 새로운 약을 처방할 테니 피검사를 받고 가라고 했다. 피를 뽑고 광선치료를 받았다. 약국에서 약을 받으며 새로 처방된 건 무슨 약인지 물어봤다.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썼던 면역억제제였다. 그때는 먹으나 마나 했는데 지금 먹으면 또 어떤 반응이 몸에서 일어날까….
비가 내리는 카페 창가에 앉아있다. 이슬비 수준이다. 빗줄기가 거세서 앞이 잘 안 보였으면 한다. 구석에 머리를 박으면 숨은 줄 아는 멍청이처럼 눈앞을 가려주는 무언가가 필요해서일까.
몸도 마음도 여러모로 고립된다. 선택한 고립은 편안함이지만 강제된 고립은 외로움이다. 그래도 육신의 고통이 많이 덜어져서, 그것만큼은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