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한의원을 가면 받는 질문이 있다. 증상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에 대한 질문인데, 들을 때마다 사실 병원에서 초자 나는 칭찬을 받고 싶은 건지 뭔지 증상을 축소해서 말하게 된다. 많이 아팠냐고 하면 그래도 저번보다는 낫다든지, 잘 참았다든지 그런 대답. 누굴 실망하게 만드는 게 싫어서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오늘은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다. 맥을 통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는 걸 알아내는 게 봐도 봐도 신기하다. 불안과 짜증 등 부정적인 감정이 고여있는데 그걸 해결하면 몸이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뭐라 말을 많이 하셨는데 요약하면 불안이 닥쳐올 때 불안함을 쫓으려고 하기보다는 그걸 소화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누구나 일정량 소화해야 하는 불안이 정해져 있고 그건 사탕 비슷한 거라고 하셨다. 버릴 수 없고 먹어서 없애야 하는 것.
안 먹고 주머니에 넣어놓기만 하면 앉을 때마다 거슬리는 존재가 사탕 아닐까.
두려움과 불안 모두 그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했을 때 막상 생각보다 별게 아닌 경우가 많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학습능력이 없는 건지 뭔지 알지만 자꾸 도망가게 된다. 회피가 답인 것처럼 도망 다니고 생각하길 포기하는데 이 버릇이 인생 난이도를 적어도 다섯 단계는 높이는 듯하다.
여하튼, 치료 초반부터 심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금방 나가떨어지기 때문에 지금 이야기를 꺼낸다고 했다. 그만큼 내가 몸이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기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도 건드려볼 수 있는 거라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도 받았다.
정말로 잘하고 있는 걸까. 자꾸 의심하게 된다. 이것도 마음껏 의심하면 회피하는 것보다 좀 대미지가 낮으려나. 몸도 마음도 상처만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