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한의원을 다녀왔다. 한방과 양방을 함께 진행하는 탓에 지난달만큼 고통이 심하지 않다. 조금만 눌러도 진물이 배어 나오던 팔이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아무리 스테로이드를 들이부어도 손발가락, 발목, 손목 같은 심각했던 부위들은 상처가 사라지지 않았다. 양약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이 상처들과 새벽이면 강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여전히 남은 가려움증으로 깨닫곤 한다.
간만에 상태가 조금 괜찮다는 소리를 들었다. 양약을 함께 쓰고 있는데도 위장이 버텨주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간 식단을 노력한 게 빛을 발하는 거라고. 그런 말을 들으면 계속 식단에 힘을 줘야 할 텐데, 나는 어지간히 의지박약인 건지 요즘 계속 몰래몰래 군것질을 한다. 양심이 아파서 밀가루가 들어간 걸 먹지는 않고, 쌀과자류나 쌀빵을 자꾸 먹는다. 불면증이 여전해서인지 새벽에 잠들지 못하고 인터넷 세상을 방황하다가 군것질을 한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달달한 빵과 쿠키, 과자가 자꾸 먹고 싶다. 보통 몸이 좋아지면 잠드는 난이도가 낮아지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변함없이 잠들지 못한다. 아직도 해가 뜨고 한참 지나서야 기절하듯 입면 한다. 잘 자고 싶은데, 자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피부로 받는 고통 강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정신도 함께 회복되는 건 아닌 듯하다. 이것보다 심할 때도 카페에 가서 앉아있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영화를 봤는데 요즘은 그것들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 카페에 나가려다가도 힘이 빠져서 주저앉고 책을 보다가도 더 이상 집중할 수가 없다. 할 수 없는 게 더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사소한 것들에 무력감을 받다 보니 화가 폭발하는 역치가 낮아졌다. 집에 오래 있는 만큼 어머니가 최대 피해자가 된다. 힘을 쓸 수 없는 나를 가까이서 보살피는 만큼 내 화의 화살을 가장 많이 받는다. 화를 내고 후회하길 반복한다. 분노화 후회, 지나치게 뜨겁거나 지나치게 어둑한 감정만이 가장 가깝다. 그것들은 모두 뒤섞여 우울이 된다. 그 진창 같은 점성이란…….
뜨는 해를 보며 세상이 밝아질 때 나는 가장 어두워진다. 강한 빛 앞에서 그림자가 진해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