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요 며칠간은 방문했을 때 딱히 큰 변화가 있다는 소식은 없었다. 순조롭게 새살이 돋는 중인 것 같다. 건강이 회복세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갖고 있던 불안이 줄어든 것 같다고 하셨다. 상황이 나아지니 자연히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는데 그게 맥으로도 잡히는 게 신기했다. 그래도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작은 충격에도 타격을 크게 받는 편이라 불안 관리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요즘 병상에 있으면서 나의 효용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긴 했다. 글은 감으로 굴러간다는데 놓은 지 몇 개월이나 지났고 난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병상 탈출하면 뭘 하고 살아야 하나 싶은 고민이 철철 넘친다.
하고 싶은 건 역시 글 쓰는 건데 이상한 걱정만 많아서 한 글자 쓰는 게 어렵다. 단편적인 생각이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해서 의미 없는 조각으로만 남는 것 같다. 영양가 있는 글을 쓰는 건 어렵다.
이런 불안들까지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할 텐데 내 건강은 뿌리가 없어 이렇게 지독하게 날 괴롭히는데 내 고민은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내 속까지 다 상하게 한다.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