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한의원에 다녀왔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지 한 달이나 흘렀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몸은 울며 보내던 날들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정신은 그때에 머무르는 듯 좀처럼 활동할 기운이 생겨나지 않는 탓이다. 그다지 아프지도 않으면서 게으름을 피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한의원에서는 몸 상태가 여기서 더 안 좋아지면 힘들어질 수 있는 마지노선에 있다고 했다. 잠을 잘 자면 빠르게 좋아질 듯한데 귀가 많이 짓물러서 천에 스치기만 해도 아프니 자려고 해도 몸에서 긴장을 풀 수 없어 눈만 감은 채 시간을 보내버려 좀처럼 호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남들은 7분 만에 잠든다는 백색소음이나 네이비 씰 호흡법 영상을 켜놓아도 잠이 나를 찾아오는 일은 없다. 밤낮의 경계는 의미 없고 몸은 언제고 피곤하다 아우성이다. 몸이 피로해 기절하는 것으로 잠을 채우면 눈을 뜨고 몸을 운신할 수 있는 기운을 회복하기까지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리는 듯하다.
잠이 너무 중요한 건 한의사 선생님의 질문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제일 먼저 진맥할 때 듣는 말이 "잠은 잘 자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못 자다가 확 고꾸라질까 봐 두렵다. 다시 극렬한 고통까지 더해질까 두렵다. 삶에 회색빛 안개가 잔뜩 껴서, 내일로 가기 위해 한 발을 뻗으면 그곳이 절벽일지 땅일지 알 수가 없다. 앞은 절벽일지도 모르고 뒤는 시간이 쫓아와 나를 다음으로 밀어버린다.
내일은 추락일까? 아니면 갈라진 땅일까?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