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수선하기 072

1월 24일

by 지태엽

한의원을 다녀왔다. 원래 다녀올 때마다 기록을 남기는 목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근황 전달 수준이 되어버렸다. 잘 지낸다고 하기는 어폐가 있고, 못 지낸다고 하기에는 지난 기록들과 비교했을 때 잘 지내고 있다. 이런 어중간한 상태에서 나는 붕 떠 있다고 느낀다. 바닥이라 하기도 뭣하고, 하늘이라 하기도 뭣한 어중간함. 지면과 가까워 공기를 들이마시면 매연만 가득한 상황.

내 상태가 어떤지 나도 확신할 수 없어서 두루뭉술한 문장만 가득하다. 한의원에서 치료받는 과정에서도 설명을 들어봤자 내가 어떻다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또 겨울이라 그나마 진정된 걸까? 날이 풀리면 또 그 괴물 같은 상태로 돌아갈지도.

잠을 잘 자는 날과 잠을 못 자는 날의 진맥 결과가 유의미하게 차이 나는 것을 보면 잠의 질이 참 중요한데 요즘은 양쪽 귀가 짓물러서 목덜미에 긴장이 풀리지 않아 잠을 못 자고 있다. 생활 패턴은 자꾸 망가지고 부러 일찍 일어나 오후에 잠을 자지 않아도 밤이 되면 여전히 잠이 들지 못한다. 귀도 패턴도 이미 망가져서 그런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고칠 의지가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내가 몸이 아프면서도 치료 방법조차 찾기 귀찮아하는 비이성적인 상태이므로 의지라는 게 있을 리가 없지. 오래 아프니 의지는 흐려지고 확신도 없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력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어쨌든, 이 붕 떠 있는 상태가 불편하면서도 다시는 바닥으로 가고 싶지 않다. 이곳은 불편한 곳이지만 그곳은 두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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