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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챌린지맘 Jun 17. 2023

도시처녀에서 군인가족이 되다.(3)

again 2011(다시 계룡으로....)

그런데 2014년 우린 다시 계룡으로 발령이 났고, 난 계룡으로 다시 이사 준비를 했다.

일주일 동안 거짓말 안 하고 아침에 눈만 뜨면 나는 울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거기서 나왔는데 나를 또 그리로 가게 하냐고....


 예상대로 관사는 귀신이 나올 것처럼 생겼고, 나는 하루를 살다가더라도 사람답게 살아야 겠다 라는 생각에 도배, 장판, 페인트를 다하고 들어갔다.


역시나 이사당일날도 바쁜 신랑은 오지 못했고 아이들은 친정에 맡겨놓은 채 나 홀로 문산에서 계룡까지 갔다.


이삿날도 그다음 날도 신랑은 들어오질 못했고, 맡겨놓은 아이들을 데리고 계룡으로 왔다.


하지만 일 년 만에 온 계룡은 그대로였고, 어린이집에서 알던 엄마들도 그대로 있었다. 둘째도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다.


나는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


면사무소에서 하는 에어로빅을 다니며 아는 언니들이 생겼고, 그전에 인사만 어색하게 하던  엄마들과 친해져 계룡산등산을 다니며 친분을 쌓았다.


맛집과 이쁜 커피숍들을 다니며 나는 계룡을 즐기고 있었다.

내 눈에 계룡의 장점들이 하나씩 들어왔고, 신랑이 처음 발령 났을 때 했던 말이 딱 떠올랐다.


“군인가족이 지내기에 좋은 곳이야.”라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오가며, 눈이 부시게 이쁜 계룡의 사계절은 나에게 선물 같이 느껴졌고, 그전에  비를 피해 잠시 아이들과 쉬어갔던 두계천을 아이들을 등원시켜 놓고 다시 찾았다.


이어폰을 꽂으며 이쁜 꽃들을 바라보며 걷는 일도 나에겐 축복 같았다.

그 지옥 같던 곳이 이렇게 좋은 곳으로 변하다니..


하느님께서 내가 계룡을 너무 미워하니깐 다시 올 기회를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행복해지니 아이들도 행복해지고, 우리 가족이 다 행복해졌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일 년의 시간이 흐르고 우린 다시 서울로 이사를 갔다.

서울에서 3년을 보낸 뒤 2018년 포천이동으로 이사를 했다.


결혼하기 전에 친정엄마가 신랑에게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다.


신랑은 바로 그쪽 지역 군종신부님께 전화해 결혼하기 위해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세례를 받게 도와주십시오. 라고 군종신부님께 연락을 했고 그렇게 또 다른 인연이 시작되었다.


결혼식 주례도 신부님께서 도와주셨고, 첫아이 세례도 신부님이 해주셨다.


그러고 몇 년을 못 뵈었는데,

포천이동에 신부님이 먼저 가 계셨다. 군 생활하면서 다시 만나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신부님을 돌고 돌아 뵙게 되니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그렇게 2019년 일 년의 포천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결혼생활 12년 만에 열 번째 이사였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시처녀에서 군인가족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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