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두 글자에 담긴 무게 2

내 인생의 통과의례

by 긍정메신저

2018년 공기 좋은 곳! 경기도 포천 이동에서 자연과 친구가 되어 재은이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


마침, 우리 결혼식 주례신부님도 포천에서 근무하셨기에 이곳으로 발령받은 것이 신의 축복처럼 여겨졌다.


우리 재은이는 아무 문제 없이 재미있고, 즐거운 일 년을 보내게 되었다.

일 년이 지나고, 나는 재은이에게 우리가 다시 서울로 이사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

재은이는 많이 아쉬워하면서 이사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불안감이 다시 올라왔는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재은이의 눈썹이 조금씩 비워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눈썹은 옅어지고, 나중에는 눈썹이 없어졌다.


정말 이런 재은이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고, 혼도 내고 달래도 봤지만 눈썹은 나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이때부터 아이에게 잘못하고 있었던 거다.


그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내가 조금만 안아주고 보듬어 줬으면 지금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


나는 아이에게 고함을 치고, 못된 말만 골라했다. 서울 관사가 빨리 나오지 않아 아빠 없이 셋이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못된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고, 둘째까지도 혼나는 일이 많아졌다.


2019년 1월 말에 우리는 이사를 했다. 재은이는 개학날 새로운 학교에 등교하게 되었다.

이미 어린 나이 때부터 이별과 만남을 반복했던 터라 아이도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고,

새로운 환경이 아이에게 많은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재은이가 있었던 자리에 머리카락이 여러 가닥 빠져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어떤 날은 아이가 책을 읽고 난 자리에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조금씩 아이의 모습이 변해가고 있었다.


머리 헤드라인이 둥글게 없어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숱이 엄청나게 많은 재은이이지만 머릿속 두피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았다. 불안감에 손을 만지작거리며 재은이는 머리를 뽑다 보니 재미있었다고 한다.

특히, 모근이 나오는 게 재미있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시는 뽑지 않기로 약속을 했지만 재은이 주변에는 머리카락이 가득했고,

급기야 담임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예상은 했지만 학교에서도 유독 재은이 자리 주변만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여있고,

수업시간에 머리로 자주 손이 간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에게 가정에서도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말씀드렸고,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친구 사귀기도 힘들고,

아이가 불안하고 힘들다 보니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은이는 다시 사회성치료를 받으러 매주 병원을 갔지만 상태는 갈수록 안 좋아졌다.

나는 매주 가서 울고불고 이야기하다가 나중에는 병원 원장님께 날을 세워가며 이야기를 하다가 급기야

병원을 옮겨야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 들은 이야기로는 치료사 선생님은 엄마인 내가 눈썹도 티 안 나게 잘 그려주고,

머리가 없는 것도 안 보이게 잘 묶어줘서 재은이의 상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몰랐다고 하셨다.



그러는 동안 아이의 상태는 점점 더 심해졌고, 나는 점점 더 미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에게 무섭게 공격적으로 대했고, 때리면 머리에 손을 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아이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다시는 안 하겠다고 울면서 비는 아이와 나는 같이 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점점 머리카락에 집착하며 더 손을 대기 시작했고,

학교에 모자를 쓰고 다닐 정도로 괴물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우리 재은이의 머리는 결국 두 달도 안 돼서 다 뽑아 없어지게 되었다.


병원약이 너무 셌는지.. 아이는 기분이 자주 오락가락하며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힘들다고 하며,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어보라고 했다. 정말 미친 듯이 심장이 심하게 펌프질을 하듯이 뛰었고,

그때마다 더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천주교를 다니고 있는 나는 하느님이 원망스러웠고,

신까지 부정하게 될 정도로 극심한 고통 속에 나의 정신도 이상해져만 갔다.


하루하루를 울면서 보냈고 집은 정말 어두운 적막이 깔릴 정도로 숨소리내기조차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만만한 신랑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못할 소리를 퍼부었고,

그런 모습을 본 재은이는 자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 같아 더 불안해했다.



병원에서 심리치료도 다시 시작했고,

치료사선생님은 잔소리를 하되 절대 욱! 하는 건 절대적으로 피해 달라고 하셨다.


심리치료사 선생님은 재은이를 때려서 재은이가 나아졌냐고 물어보셨다. 대답은 아니었다.

때릴수록 아이는 머리를 아예 뭉탱이로 뽑았다.

머리를 한 개 두 개 뽑다가 불안해지면 뭉텅이로 뽑는 거라고 하셨다.


발모벽은 한번 생기면 고치기가 어려운 병이라고 하셨고,

1단계에서 3단계로 가는 건 쉽지만 3 단계서 한 단계 내려오는 것조차 힘들다고 한다.


지금 당장은 더 이상 많이 뽑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고 하셨다.


정말 내가 이쁜 우리 재은이를 망쳤던 것이다.

아이의 정서적인 상황을 알지도 못하고 그저 억압하면 안 하겠지... 고쳐지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아이를 망쳤던 것이다.


나는 아이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기까지 가장 힘이 들었다.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 재은이 도와 달라고...

또한,

마음에 평화를 주고 아이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정말 매일매일을 간절히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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