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다. 오후 늦게 도서관으로 책을 반납하러 간 일이 오늘 하루 일과의 전부다. 도서관 말고는 집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덕분에 아침식사에 동태탕, 점심에도 동태탕, 저녁은 동태탕 남은 찌꺼기를 마지막까지 싹싹 알뜰하게 비워 냈다.
양가 가족들과 함께한 추석 연휴를 기름진 음식으로 북적북적하게 지내고, 연휴 마지막 날은 우리 집에서 우리끼리 단출하게 보냈다. 친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태 한 마리와 추가로 동태 알이 섞인 반조리 식품을 샀더니, 하루 종일 넘치도록 실컷 먹었다.
배가 부르면 보이는 모든 것이 여유롭다. 심심도 해서 인터넷 강의를 듣다가 누워도 있다가 눈을 붙여도 봤다가.. 히야~ 뭐니 뭐니 해도 내 집이 가장 좋다.
책 반납으로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은 길고도 행복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의 널따란 이파리 사이로 나직이 일렁이는 가을바람소리를 들었다.
길 건너에 지나다니는 자동차 불빛 사이로 성큼 다가오는 어둑해진 저녁을 한참이나 감상하고, 신호등 앞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달콤한 하루에도 감사했다.
내일이면 출근이다.
한 달쯤 근심 없이 아무 생각 안 하고 이러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얀 솜사탕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것처럼 내 마음은 절로 가벼웠다.
행복한 날은 꿈을 꾼 것처럼 빨리 지나간다.
맹물같이 무미건조한 오늘, 이 행복한 날을 기록하지 않으면, 먼 훗날에 '오늘의 행복'에 대하여 말할 수가 없다.
내일도 행복할 수 있게...
2018. 9.26. 나를 그대로 내버려 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