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중년으로 접어든 나의 계절이다.
탄생과 유년기를 지나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조금은 철이 든 근사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약하고 불안정한 인생의 지점을 지나 반백년의 고지에 서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슬퍼하거나 목말라하지 않는다.
수많은 가을이 왔지만, 수십 년 쌓인 고달픈 연습이 이제 와서 불현듯 촉촉한 내가 되어버린 나의 첫가을이다.
가을 도심에 나뒹구는 악취 나는 노란 은행나무 열매가 사람들 발에 밟혀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고, 처치 곤란한 낙엽더미도 가을을 맞이했다.
사람의 관점이 아닌 자연의 관점에서 보자면, 은행나무 열매와 초췌한 낙엽은 엄연히 인내와 기다림 속에 태어난 어여쁜 가을의 산물이다. 사람의 시각은 단지 편견일 뿐이다.
누구나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해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닐 것이며 모든 만물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내게 주어진 모습대로 삶의 결승점까지 걸어가는 것, 가다가 쉬기도 하고, 뛰다가 넘어지기도 하며 , 잘못된 길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삐뚤빼뚤할지라도...
풍요로운 가을 문턱까지 왔다.
가진 것은 없지만,
철이 조금은 든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