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밤

by 맥문동

오늘 밤에도 빨래를 했다. 보통 이틀에 한번 꼴이다.


빨래는 하얀 빨래와 검정 빨래로 나눈다. 하얀 빨래는 속옷과 수건 등으로 밝은 색 계열이고 비교적 깨끗하거나 청결한 이미지를 가진 옷들이다. 검정 빨래는 양발과 어두운 색 겉옷과 일부 속옷 중에는 팬티 정도로 나눈다.


나는 빨래하는 시간이 가장 좋다. 빨래를 한다 하지만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세제 한 스푼을 푼 다음, 세탁기의 전원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빨래하는 수고는 내 힘을 온전히 들이지 않고도 거저 얻어지는 불로소득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빨래가 다 끝날 때까지 1시간여 동안 다른 집안일에 매달릴 수가 있다. 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든지, 재활용 분리수거를 한다든지, 설거지를 한다든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든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일석이조다.


빨래가 다 끝나면, 탈수가 다 된 빨래를 옮겨서 거실에 있는 빨래 건조기에 넣고 건조기의 시작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 공간이 좁아서 부득이 거실에 빨래건조기를 두었다.)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사이에 컴퓨터를 보거나 낡은 소파에 앉아서 빌려 온 책을 보거나 그도 아니면 방에서 글을 쓰기도 한다. 어쩔 때는 건조기 옆에 기대어 찌그러진 채 한참을 멍하니 쉬기도 한다. 그 순간 충전기에서 충전되는 인간 휴대폰이 된다. 혼자만의 자유로움에도 감사하게 된다.


직장일을 마치고 돌아온 고된 하루라 해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안방으로 달려가 침대 위에 벌러덩 누울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앞치마를 두른 누군가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에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놓고 반갑게 기다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가족의 귀가 시간에 맞추어 아침저녁으로 매일 벗어 놓은 속옷과 수북이 쌓인 수건을 모조리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 뽀송뽀송한 아침은 시작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매 아침에 잠깐, 저녁에 잠깐씩 볼 수밖에 없는 각자의

생활과 일들이 있는 가족이기에 고단했던 내식구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법사의 마법처럼 내가 상상하는 저녁시간이 가족들에게 현실로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나의 식구여!

쌀쌀해진 가을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포근한 에너지를 충분히 덮고 살며시 잠들기를..


오늘 밤에도 세탁기와 빨래건조기는 우렁각시가 되었다.


20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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