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코로나 임시 선별 검사소로 지원근무를 나간다.
작년 겨울에는 구청에서 '자동차 드라이브 스루'라고 해서 대학교 후문 외부에 천막을 여러 개 쳐서 임시 선별 검사소를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동차를 타고 오는 코로나 검사 대상자들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간편하고 안전하게 춥지 않도록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우리는 얼음장 같은 영하의 날씨에 겉옷인 패딩이나 외투를 벗고(패딩이나 외투를 입은 채로 방호복을 입을 수가 없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얇지만 하얀 우주복 같은 겨울용인 방호복을 겉옷으로 입은 채로 바들바들 떨며 검사 안내부터 의료인의 보조 역할까지 수행했다.
매서운 바람과 함께 기온이 최저로 떨어지던 날 검사소에서 근무하고 사무실로 복귀했을 때, 후배 직원들이 안쓰럽게 생각되었는지 고생했다고 박수를 쳐줬던 날도 있었다.
올해 우리 구에서는 보건소가 아닌 일반지역 3곳에 임시적으로 코로나 검사소를 만들었다. 그중 2곳(보건소 신관 주차장, 구민의 전당 건물 앞)이 계속해서 코로나 검사를 한다.
6월부터 한 달에 두 번, 반나절씩 지원근무를 나가는 중이다. 말이 지원 근무지 강제적인 성격이 짙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온 국민이 힘들고 어려운데...
다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노력하는 과정에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말고도 국군현장지원팀인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동대장님과 동대원(상근 용사) 2명이 지원근무를 함께 하고 있다. 동대장님은 바른 자세로 절도 있게 검체 채취 안내를 하시고, 젊은 동대원들은 검사 대상자의 접수 입력을 돕고 있다. 확실히 젊은 사람들이라 나이 든 우리보다 전산입력이 빠르고 정확하다.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
7,8월은 통풍이 전혀 안 되는 긴 팔에 봉숭아 뼈까지 두른 파란색 가운을 겉옷에 덧입고, 하얀 라테스 장갑을 끼고 안면을 보호하는 투명한 캡을 쓰고, 그 안에 마스크를 하고.. 땀이 비 오듯 했다.
그 와중에도 검체 채취하는 간호사는 검사 대상자의 검사가 끝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주변에 스프레이형 살균소독제를 뿌리고, 라텍스 장갑 위에 낀 1회용 비닐장갑을 벗어서 새것으로 교체하고 에탄올 소독액을 양손에 열심히 바른다.
내가 맡은 역할은 검사 대상자를 안내하거나 접수, 폴링 작업과 검체 채취를 보조하는 일이었다. 그중 검체 채취 보조는 검체 채취를 하는 간호사(또는 임상병리사)를 돕는 역할인데 검체 채취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간호사는 솜이 묻어 있는 긴 하얀 막대를 검사 대상자의 콧속으로 10cm가량 깊게 집어넣어 콧속 점액이 골고루 묻도록 재빨리 다섯 번 정도를 돌려서 빼낸다. 점액이 묻은 긴 하얀 막대를 붉은색 작은 물병에 넣고 물병 크기에 맞게 끊은 다음 마개를 돌려 잠근다. 그 짧은 순간에 사람마다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건장한 남자 성인이 검체 하는 과정에서 두 눈가에 눈물이 찔끔 고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얼굴 중앙이 갑자기 빨개지기도 하고 , 콧구멍에 고춧가루가 들어간 듯 콧속에서 기침이 움찔 올라오는지 재치기를 할 기세다. 젊은 여성은 양미간에 깊은 골이 잔뜩 생겨 찌푸려져 화가 나고, 간호사를 힐끔 쏘아보며 일어난다. 그러면 나는 재빠르게 " 좀 아픕니다. 다른 분들께도 똑같이 합니다 "라고 추임새를 넣어 보충설명을 한다. 혹시라고 간호사의 행위에 감정이 들어갔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간호사 말에 의하면, 어느 남자 어르신은 검사가 끝나고서 고함에 삿대질까지 하셨던 적도 있다고 했다.)
간호사는 일관된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앞사람이나 뒷사람이나 에너지를 아껴가며 똑같이 친절하게 대할 뿐이다.
중년의 여성은 검사 중에 너무 긴장한 탓에 무릎에 내려
놓은 두 주먹에 힘을 주기도 하고, 검사 후에 시큰한 코를 여러 번 매만지기도 하며 휴지로 코를 세게 푼다. 또 어떤 사람은 나와 비슷한 성격인지 덜 아프게 검사해 달라고 웃으며 사정하기도 한다.
검사 대상자가 끊긴 틈을 타서 간호사에게 코로나 검사를 몇 번이나 받아 봤는지 물어보니 7번을 받았다고 했다. 7번이면 검사 대상자의 반응이 어떠할지 알 것 같지만 아프지 않게 맞출 수가 없는가 보다. 물론 채취하는 동안 눈을 감고 어떠한 미동도 없이 검사를 편하게 끝내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많아져서 가족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이 엄마나 아빠는 아이 앞에서 먼저 시범 삼아 씩씩하게 검사를 한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하는데... 이미 아이는 엄마의 미세한 얼굴 표정을 다 봐 버렸다. 다음 차례인 아이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때론 고집부리는 아이를 엄마가 강제로 손을 잡아 의자에 앉힌다. 아이는 의자에 앉기도 전에 벌써 몸이 굳어져서 울음보가 터지기 직전이다. 그다음은 안 봐도 뻔하다.
(대개의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는다)
그럼에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는 콧속이 얼얼한데도 "감사하다. 고맙다. 수고한다'는 말씀과 함께 인사까지 하고 가신다. 하늘색 가운을 입고 옆에서 돕고 있는 무늬만 의료인 나까지도 덤으로 인사를 받게 된다. 함께 긴장한 터라 그 순간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따뜻해진다.
처음 듣기로 임시 선별 검사소가 당초 9월까지 운영될 것이라고 했지만 오늘도 지원근무를 다녀왔다.
작년 겨울처럼 코로나 임시 선별 검사소 지원근무는 계속될 것 같다.
전쟁 같은 코로나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올초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200명만 넘어도 난리가 났다.
지금은 그 몇 배가 되었는지.. 매일 뉴스 보기가 두렵다.
그럼에도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
2021. 10. 9. 한글날에